알파고-커제 2국 시작…커제도 과거 흉내바둑 테스트해 승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맞서는 중국 바둑기사 커제(柯潔) 9단에게는 백돌을 잡거나, 흉내 바둑을 하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승산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화권 바둑계는 셀프 대국을 통한 자가 학습으로 1년 사이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기력을 보이는 알파고에 현재 커제 9단이 제대로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커제 9단이 그동안 전적에서 백돌을 잡았을 때 승률이 더 높았고, 커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한 비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며 앞으로 남은 두 번의 대국에서 한판이라도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알파고와 커제 9단은 25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두 번째 대국을 치른다.
인터넷매체 홍콩01은 커제 9단이 지난해초부터 최근까지 치른 109차례의 대국을 분석한 결과 커 9단이 백을 잡았을 때의 승률이 77.2%(44승 13패)로 흑을 잡았을 때 승률 65.4%(34승 18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알파고와 첫 대국에서 흑을 잡았던 커제 9단은 알파고에 한집 반으로 완패했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대국에서 승부의 관건은 커제 9단의 실력과 컨디션 외에도 필살기로 여겨지는 '흉내 바둑' 기법을 쓰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바둑계는 내다보고 있다.
흉내바둑은 흑돌을 잡은 경우 바둑판 정중앙인 천원에 첫수를 둔 뒤 백과 대칭인 곳에 따라 두는 바둑이다. 천원을 먹히지 않는 한 흑이 적어도 백과 같은 집을 내기 때문에 덤이 없는 한 흑의 필승법이라고 여겨진다.
백돌을 잡더라도 흑이 둔 수의 천원을 중심으로 점대칭에 둠으로써 백의 승률을 높일 수 있다. 흑이 도중에 천원에 착수하거나 흑이 실착하는 경우 흉내바둑을 중단하고 우세를 확보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알파고에 대해 커제 9단이 흉내 바둑 기법을 채택하고 작은 버그나 결점을 찾아낸다면 승산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관전 중인 김성용 9단도 흉내바둑의 유효성을 제기하며 지금껏 프로 바둑기사들도 흉내바둑을 깰 특단의 비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파고가 흉내바둑 공략법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신랑(新浪)과기망은 커제 9단 역시 과거 알파고에 대한 자신의 '비밀 병기'가 흉내바둑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실제 알파고와 대국을 할 때는 흉내 바둑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커제 9단도 흉내바둑을 시험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커 9단이 지난달 4일 중국산 알파고로 불리는 바둑프로그램 줴이(絶藝)를 상대로 둬봤던 흉내바둑의 기보가 올라온 적 있다.
여기에서 커 9단은 백을 잡고 아무런 초식 변화를 주지 않은 채 백을 따라 흉내바둑을 뒀고 흑을 잡은 제이는 200수가 될 때까지 전혀 상대가 흉내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결과는 백을 잡은 커 9단이 이겼다.
흉내바둑은 하지만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인류 최강의 기사라는 커제 9단이 기계를 상대로 '쪼잔한' 비겁수를 두는데 대한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
커제 9단이 흉내바둑을 '비밀병기'라고 언급했던 만큼 알파고 개발사인 딥마인드도 이에 대해 방비책을 준비해뒀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김성용 9단은 커제 9단에게 어차피 승산이 적다면 3번의 대국 가운데 한 번쯤은 흉내바둑을 시험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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