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 메다꽂기' 美공화당 주의원 후보, 선거 전날 기소(종합)

입력 2017-05-25 15:27  

'취재기자 메다꽂기' 美공화당 주의원 후보, 선거 전날 기소(종합)

민주 의원 "폭력·언론 모욕, 트럼프 시대 특징"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공화당의 한 보궐선거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인터뷰하려고 찾은 기자를 실랑이 끝에 바닥에 메다꽂았다 기소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신문 정치부 기자 벤 제이컵스는 몬태나주의 하원 보궐선거(25일)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IT업계 거물 그레그 지안포르테의 선거 사무실을 찾았다.

몬태나주 갤러틴카운티 보즈먼에 있는 그레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제이컵스는 공화당의 건강보험개혁 계획과 관련한 질문을 할 심산이었다.

제이컵스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레그가 질문에 응하는 대신 자신을 메다꽂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했고 제이컵스는 엑스레이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건을 조사한 갤러틴카운티 치안당국은 지안포르테를 경범죄로 기소했다.

그레그 후보 측은 셰인 스캘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제이컵스가 허락도 받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와 공격적으로 인터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캘런은 제이컵스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무작정 들이민 전화 녹음기를 떼어내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할 영상은 없지만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고스란히 녹음됐다.

녹음에는 그레그가 제이컵스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었고 대신 가디언의 이전 보도에 불만을 품은 듯한 거친 말들이 담겨 있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녹음 내용의 초반에 그레그가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자 제이컵스는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청한다.


그레그는 대변인과 얘기를 하라고 맞섰고 이어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후부터는 흥분한 그레그의 고성으로 채워졌다.

그레그는 "당신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마지막에 왔던 자도 똑같은 짓을 하고 갔다. 당장 여기서 꺼져라"고 말했다.

제이컵스는 "당신은 나를 보디슬램(메다꽂기) 했고 내 안경을 부러뜨렸다"고 맞받았다.

미 보도채널 폭스뉴스는 지안포르테를 인터뷰하려고 차례를 기다리던 자사 직원 3명이 '보디슬램'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폭스뉴스 기자 얼리샤 어쿠나는 지안포르테가 제이컵스의 목을 붙잡고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제이컵스가 사무실을 나간 뒤 지안포르테는 폭스뉴스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당시 현장 인근에 있었던 버즈피드뉴스 기자 알렉시스 레빈슨은 트위터에 "모든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갑자기 큰 소리를 들었고 벤(제이컵스)의 발이 하늘로 솟구치는 걸 봤다"고 썼다.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버지니아) 하원의원은 그레그 후보의 폭력성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연관 지어 비난했다.

코널리 의원은 트위터에 "물리적인 폭력과 미디어 모욕이 트럼프 시대의 특징"이라며 "역겹다"고 썼다.

민주당은 보궐선거에 투표하지 않을 것 같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겨냥해 선거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지안포르테의 만행을 고발하는 페이스북 광고를 시작했다.

몬태나 지역 최대 신문 2곳은 즉시 지안포르테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이날 사건이 보궐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초기 시험대 역할을 할 이번 선거에서는 최근까지 양당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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