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사랑해" "으하하∼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부산 사람들이 뜬금없이 가족에게 전화로 사랑을 고백한다면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산경찰청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달간 부산시민 70여 명에게 전화로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해달라고 부탁해 제작,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3분 48초짜리 짧은 영상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시장 상인, 은행원, 택시 기사, 환경미화원, 경비원,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층이 참가했다.
이 영상은 어린 여자아이가 "아빠, 사랑해요"라고 외치면서 시작된다.
사랑 고백을 부탁받은 대다수 참가자는 처음에는 "몰라, 몰라"라며 손사래를 치고 급히 자리를 뜨거나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택시 기사는 한참 만에 호흡을 가다듬고 아내에게 전화해 어색한 표정으로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아내는 싫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안 하던 짓 하면 어찌(어떻게) 되는지 알제(알지)?"라고 답한다.
다 큰 딸의 사랑 고백을 받고 "뭐 부탁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니야"라고 말하는 엄마의 음성에는 행복함이 묻어난다.
중년의 여성 환경미화원이 남편에게 전화해 수줍은 목소리로 "사랑해요"라고 고백했을 때 남편은 "으하하∼"라고 호쾌하게 웃는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라고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에도 달라진 기분이 느껴진다.
장성한 아들의 사랑 고백에 "또 술 많이 먹고 온나이(와라)"라고 핀잔을 주는 엄마, 다 큰 여동생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그러니까 무서운데"라고 답하는 오빠도 있다.
나이 든 택시 기사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도 곧바로 사랑 고백을 못 하고 "밥이 다 됐는가 싶어가(됐는지 궁금해서) 전화 함(한번) 해본다"라고 얼버무린다.
답답한 아내가 "무슨 밥?, 무슨 밥?"이라고 재촉하자 택시 기사는 "다른 밥이 있나. '사랑해'하면 끝나는 거지"라고 어색하게 고백했다.
"하하하∼"라고 크게 웃는 아내의 목소리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엄마에게 전화로 사랑 고백을 한 다수 참가자는 떨리는 목소리였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사랑을 고백한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이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같은 영상은 부산경찰청이 25일 오전 SNS에 올린 지 불과 1시간 만에 조회 수가 8만 건을 넘어섰다.
"아침부터 뭉클뭉클 말랑말랑하네요", "부산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거네요" 등의 댓글이 쇄도했다.
부산경찰청은 도시철도 서면역 계단에 '가족-대화할수록 가까워집니다'를 주제로 한 입체 래핑을 하기도 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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