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구시대와의 작별, 희생자에 대한 애도 표현했죠"

입력 2017-05-25 15:24  

박찬경 "구시대와의 작별, 희생자에 대한 애도 표현했죠"

박찬경 작가, 국제갤러리서 25일부터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제 성격이 원래 회의적입니다. 작품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죠. 그렇지만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영화감독, 미디어아트 작가,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경(52)이 25일부터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5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한다. 신작 12점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안녕 安寧 Farewell'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박찬경은 전시 제목에 대해 "구시대를 보낸다는 의미도 있고, 근현대사에서 이름 없이 살다가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한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를 준비할 때는 정부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달라져서 관람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감을 못 잡겠다"고 덧붙였다.

역사의 재구성, 민속신앙, 남북 갈등 같은 현실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실재와 허구를 오가는 독특한 작품을 내놨던 그는 이번에도 기묘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 가운데 작가가 꼽은 중요 작품은 동시에 세 개의 화면이 나란히 상영되는 '시민의 숲'이다. 26분짜리 흑백 영상 작품에는 갓을 쓴 여성이 산길을 내려가다 꽃상여를 만나거나 누군가가 물속에서 해골을 꺼내는 장면이 나온다.

박찬경은 "김수영 시인의 '거대한 뿌리'와 화가 오윤의 미완성작 '원귀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며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한국전쟁,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을 애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민의 숲'과 짝을 이루는 영상·설치 작품인 '승가사 가는 길'도 감상할 수 있다. 벽에는 작가가 북한산 승가사로 가면서 컬러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비추고, 한편에는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간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작가는 "시민의 숲이 어두운 분위기의 공포영화라면, 승가사 가는 길은 일상을 표현한 가벼운 작품"이라며 "두 작품을 묶어서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금속용구인 '명두'(明斗)를 소재로 제작한 '밝은 별'도 여러 점 나왔다. 단청을 한 자작나무 판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명두나 인조 호피를 집어넣은 작품이다. 또 작가가 한국 미술사를 독자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그림과 사진, 설명을 연보처럼 배치한 작품인 '작은 미술사'도 흥미롭다. 이들 작품 모두 서구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의문을 던진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는 "굿판에서 벌어졌던 민중적 연대감 같은 전통적인 정신은 잊어버린 반면 문화를 서구적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은 강해졌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만든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영화감독의 동생인 그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박찬욱·박찬경 형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0일부터 열리는 '하이라이트' 전에 '파킹찬스'라는 이름으로 3D 영상 작품을 출품한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 02-735-8449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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