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폭탄·경찰관 겨냥 등 패턴 유사
글로벌 테러 일부일 가능성도…인니 대통령 "철저수사" 지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 24일 밤 연쇄 자폭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의 신원이 밝혀졌다.
25일 인도네시아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용의자의 신원은 중부 술라웨시주(州) 포소의 이슬람 기숙학교 행정직원 솔리힌과 서부 자바주(州) 반둥 출신의 32세 남성 이흐완 누룰 살람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지시각으로 전날 오후 9시께 자카르타 동부 캄풍 멜라유 버스 정류장 옆 주차장에 모여 있던 경찰관들에게 접근해 5분 간격으로 자살폭탄을 터뜨렸다.
인도네시아 경찰청 세툐 와시스토 대변인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용의자 두 명은 압력밥솥 폭탄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압력밥솥 폭탄에는 못과 산탄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격으로 경찰관 3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관 5명과 민간인 5명이 중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덧붙였다.
솔리힌과 이흐완은 범행 현장에서 즉사했다.
와시스토 대변인은 이번 테러의 배후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지난 2월 27일에도 반둥시의 관공서 인근에서 인도네시아내 이슬람국가(IS) 연계 테러조직인 '자마 안샤룻 다울라'(JAD) 조직원이 유사한 폭발물을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이 단체는 작년 초 민간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카르타 도심 총기·폭탄 테러에 관여했으며, 작년 12월에는 역시 압력밥솥 폭탄을 이용해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다 적발됐다.
JAD는 중부 술라웨시주 포소를 거점으로 활동해 온 무슬림 반군 '동인도네시아 무자헤딘'(MIT)과도 연계돼 있으며, 최근에는 필리핀 남부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아부 사야프'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자는 이번 테러의 용의자들이 "포소의 반군과 연결된 정황이 있다"면서 JAD나 MIT와 관련된 인물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테러는 이른바 '소프트 타깃'으로 불리는 일반 대중이 아니라 경찰관을 노렸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반군들의 공격 패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번 공격이 IS 등이 기획한 글로벌 테러의 일부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와시스토 대변인은 지난 22일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와 23일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발생한 IS 추종 반군단체의 도시점거 사건을 거론하면서 "이번 사건은 여러 장소의 여러 조직이 연대한 글로벌 테러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 단식 성월인 '라마단'을 이틀 앞두고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민들의 침착한 대응을 당부하면서 "이번 공격은 충격적이었다. 테러에 가담한 조직을 철저히 조사해 완전히 근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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