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주민 갈등 15년째…法 "장사법 취지 어긋나" 판결
(청주·제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 제천시 두학동에 자연장지를 조성하려는 사업자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주민 편에 선 행정관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법 청주제1행정부(재판장 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26일 강원도의 한 종교단체가 제천시장을 상대로 낸 '종교단체 자연장지 조성 허가신청 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사업자 A씨는 2003년께 제천 신백·두학동 일대에 15만여㎡ 규모의 자연장지를 조성하고자 충북도에 재단법인 설립 신청을 냈다.
충북도는 지가 하락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과 사업 실현 가능성 등에 의문이 따른다며 A씨의 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충북도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과를 뒤집을 수 없었다.
2010년 재차 사업 추진에 실패한 A씨는 새로운 방법을 꺼내 들었다.
2014년 강원도의 한 종교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 주체로 이 종교단체를 내세웠다. 사업 규모도 2만1천393㎡로 대폭 축소했다.
다만 업무는 종교단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방법으로 A씨가 변함없이 수행했다.
사업 주체가 종교단체여서 별도의 법인 설립이 필요 없었던 이들은 곧바로 행정관청인 제천시에 자연장지 조성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제천시는 '순수한 종교단체의 자연장지 사업 취지에 배치되고, 지역 주민 반발로 집단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행정심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종교단체는 지난해 2월 제천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종교단체는 "자연장지 조성 허가에 필요한 사항을 모두 갖췄고, 집단민원 발생 가능성은 허가 요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A씨와의 관계를 두고 사업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는 "A씨는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 사업의 주체를 A씨로 봤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사업 추진이 무산된 A씨가 원고인 종교단체를 통해 허가신청을 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연장지의 운영 주체 역시 종교단체보다는 A씨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자연장지는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 대상에 인근 주민까지 포함했는데, 이는 종교단체에 자연장지 조성을 허용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도 어긋나 제천시의 불허처분은 적법하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