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가능성 0%여도 배울 점 많은 상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강자 커제 9단을 두 번 연속 격파하면서 압도적인 기량을 재확인했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은 세계 3대 메이저 바둑대회를 석권한 고수로, 세계랭킹 1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지난 23일 1국에 이어 25일 2국에서도 커제 9단을 제압했다.
앞서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기도 했다.
이런 알파고를 두고 인간의 바둑을 넘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제 9단도 알파고에 대해 '바둑의 신'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커제 9단은 이날 백 돌을 집었다. 커제 9단은 세계대회 본선에서 백번 승률이 81.81%에 이른다. 흑번 승률 66.66%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알파고를 상대로 승률은 의미가 없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프로그래머는 지난 24일 열린 포럼에서 "작년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와 비교해 지금의 알파고(알파고 마스터)는 석 점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알파고 이세돌' 버전이 '알파고 마스터'와 대국할 때 미리 돌 3개를 깔아 두고 시작해야 할 정도로 실력 차가 난다는 뜻이다. 보통 석 점의 핸디캡은 30집 정도를 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김지석 9단은 프로기사가 느끼는 석 점의 격차를 비유로 설명했다.
김지석 9단은 "100m 달리기에서 3초를 내주고 뛰는 느낌"이라며 "선수끼리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격차"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실력 차에서는 알파고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김지석 9단은 "이제 알파고와 인간의 승부에서 승패는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면서도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해도, 알파고와 대국하면 그 어떤 바둑보다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지금 커제 9단이 알파고에 맞서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김지석 9단은 판단했다.
이날 한국기원 국가대표 연습실에서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국을 지켜본 김지석 9단은 "알파고는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다"며 "프로기사라면 누구나 기회가 있으면 알파고와 둬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기회가 있으면 도전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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