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티플랜트·에쓰탱크엔지니어링, 울산서 직경 26m 구(球)형 탱크 제작
자동용접설비가 설치 공정의 40% 담당…"사람보다 4배 빨라"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과 창원의 화학물질 저장탱크 제조업체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용접하는 '자동용접설비'를 적용해 1만t 용량의 구(球)형 탱크를 제작했다.
구형 탱크 제작에 자동 용접을 적용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탱크 규모도 아시아 최대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 업체의 기술력이 더욱 관심을 끈다.
울산의 케이티티플랜트와 창원의 에쓰탱크엔지니어링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직경 26.7m, 저장용량 1만t 규모의 볼 탱크(ball tank) 2기를 제조했다.
이 탱크는 에쓰오일 울산콤플렉스가 추진하는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원유에서 가스·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값싼 기름을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설)' 프로젝트 현장에 설치돼 앞으로 에틸렌 저장시설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원유 등 액체화물을 저장하는 탱크는 원통 형태로, 고압이나 저온 상태의 가스를 저장하는 시설은 구 형태로 제작된다.
그런데 구 형태의 탱크는 두꺼운 철판을 이어붙여 구형으로 형상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통상 용접기술자가 수작업으로 용접한다.
케이티티플랜트 역시 원통 형태의 저장탱크를 제작할 때는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은 '자동용접장치'를 활용하지만, 구형 탱크는 대부분 기술인력이 직접 용접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5년 전 구형 탱크 제조에도 자동용접설비를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약 1년 만에 성공을 이뤘다.
그동안은 소형 탱크에만 이 설비를 활용하다가 이번에 초대형 탱크 제작에 처음 적용, 성과를 낸 것이다.
자동용접설비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서로 이어붙일 곡면의 철판을 나란히 놓고, 용접 선을 따라 레일을 설치한다. 이 레일 위로 용접기가 지나가면서 6.4㎝ 두께의 철판을 이어붙이는 것이다.
다만, 구형을 조립하는 전체 공정에 자동용접을 적용할 수는 없다.
작은 철판 조각을 이어붙이는 지상에서의 작업은 레일을 설치할 수 있어 자동용접이 가능하지만, 크기가 커진 조각을 끌어올려 구형으로 조립할 때는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 때문에 전체 용접 공정에서 자동용접이 차지하는 비율은 40% 수준이다.
그런데도 자동용접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속도가 4배가량 빨라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품질도 더 우수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제작된 2기의 구형 탱크는 조만간 특수수송장비인 트랜스포터와 바지선에 실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RUC 프로젝트 현장으로 옮겨진다.
김창훈 케이티티플랜트 대표는 26일 "구형 탱크의 수요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그동안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없었다"면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기술력을 키우면 중소기업도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성과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에 제작된 탱크는 구 형태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이를 해상으로 운송한 전례도 없다"면서 "운송 과정 자체도 장대한 광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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