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오바마 브란덴부르크문서 '민주주의 합주'…구름 관중

입력 2017-05-25 20:23  

메르켈·오바마 브란덴부르크문서 '민주주의 합주'…구름 관중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수도 베를린을 찾았다. 대통령으로서 한 유럽 고별 방문 때 들른 뒤로 6개월여 만이다.

현직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고서 2년 단위로 열리는 독일 '교회의 날' 행사 기간에 맞춰 실행한 여정이었다. 그는 대통령을 그만두고서 독일을 찾겠다고 작년 11월 고별 방문 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25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 앞 야외무대에서 그는 메르켈 총리와 나란히 앉은 채 민주주의 등 여러 주제를 두고 토의했다.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을 겸하는 성격의 행사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두 사람은 오바마 집권 8년을 함께했지만 이런 형식의 자리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가 전직이 됐기에 상대적으로 이렇게 편한 자리가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 자체로 양인의 신뢰와 우정을 보여주는 이례적 행사로 평가됐다.

브란덴부르크문 앞 대로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고, 수시로 박수가 따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지 언론은 최다 14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헤아렸다.

메르켈 총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협탁 위에 놓인 물 정도만 중간중간 마시며 '참여하는 민주주의 세우기: 국내와 세계에서 책임지기'라는 제목을 붙인 토론행사에서 자기 생각을 쏟아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록 지금은 대통령이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도전을 돕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최근 발생한 맨체스터 '테러 공격'을 비판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그는 인권 후퇴, 민주주의 억압, 개인 자유 제한 같은 풍조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우리는 고립되어서도, 장벽 뒤에 숨어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수십 년 동안 빈곤층이 늘었고 양극화는 심화했다면서 기회균등 보장과 격차 해소를 강조한 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는 양인이 교계 남녀 대표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1부가 진행된 데 이어 미, 독 양국에서 각기 청년 2명씩이 가세한 가운데 2부가 낮 12시 30분께까지 지속했다.

오바마는 앞서 2013년에는 당시 재임 대통령으로서 메르켈 총리와 함께 브란덴부르크 야외무대에서 정치연설을 했다.

그때 20만 인파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1963년 동, 서독 분단 시절 서베를린 영역 내 브란덴부르크문 연설을 통해 "나는 베를린시민이다"라고 했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독일 정치권 내 메르켈 반대파는 이번 행사가 9월 총선용 '이벤트'로 활용된다고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는 이 행사를 마치고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했다. 메르켈은 그곳에선 전직인 오바마와는 상당 부문에서 크게 대비되는 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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