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는 팀마다 '정상급 빅맨'들 입단해 벤치 신세
빅맨 없는 오리온에서는 출전시간 보장받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5일 자유계약선수(FA)로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에 입단한 송창무(35·205㎝)에게는 묘한 징크스가 있다.
바로 '송창무를 보유한 팀에는 좋은 '국내 빅맨'이 입단한다'는 징크스다.
'징크스'라는 말은 안 좋은 일에만 쓰는 단어라고 하지만 송창무에게는 바로 이것이 '징크스'다.
2007년 창원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송창무도 '국내 빅맨'이지만 항상 자신보다 좋은 기량을 가진 또 다른 '국내 빅맨'이 팀 동료가 되면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LG에 지명된 송창무는 2007-2008, 2008-2009시즌 등 2년에 걸쳐 경기당 6분 정도 뛰는 '백업 빅맨'으로 역할을 한 뒤 입대했다.
상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면서부터 '송창무 징크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그가 복귀한 LG에 '국보급 센터' 서장훈(207㎝)이 합류한 것이다. 서장훈이 LG에서 뛴 것이 딱 한 시즌인데 바로 그때가 송창무가 전역 후 LG에 복귀한 때였다.
송창무는 "그래도 당시 (서)장훈이 형이 시즌 초반에 부상이 있고 그래서 경기에는 많이 뛰었다"고 회상했다. 그 시즌에 송창무는 경기당 15분 40초를 뛰며 최다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서장훈이 LG를 떠나자 이번엔 '특급 신인'으로 불린 김종규(207㎝)가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LG로 입단한다.
당시 김진 LG 감독은 '만세'를 불렀지만 송창무에게는 출전 시간이 줄어들 것이 뻔해지는 순간이었다.
2012-2013시즌 경기당 14분을 뛰던 송창무는 김종규 데뷔 시즌에는 출전시간이 3분으로 줄어들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급증했다.
결국 송창무는 2014-2015시즌 서울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러자 삼성은 신인 드래프트 2순위 지명권을 얻어 김준일(201㎝)을 뽑았다.
김준일은 당시 1순위 이승현(오리온)과 함께 신인 '최대어'로 평가받은 선수였다.
송창무의 출전 시간은 경기당 3분에서 변하지 않았고 그는 결국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서울 SK로 옮겼다.
그러자 SK는 어김없이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최준용(200㎝)을 선발했고 정규리그 막판에는 최부경(200㎝)까지 전역하며 송창무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어느 팀 관계자는 송창무에게 농담으로 "너 신인 드래프트 때만 잠깐 우리 팀으로 오면 안 되겠냐"고도 했다는 것이다.
FA 시장에 나온 송창무는 25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오리온과 계약서에 서명한 뒤 "사실 은퇴까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조건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SK에서 시즌 초반 최준용 부상, 최부경 군 복무가 겹치는 시기에 골밑에서 궂은일을 열심히 하며 쏠쏠한 역할을 했던 것이 FA 시장에서 연봉 1억 8천만원에 오리온의 부름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게다가 오리온은 지금까지 '송창무 징크스'와는 반대로 이승현(197㎝), 장재석(203㎝) 등 골밑 요원들이 한꺼번에 입대, 다음 시즌 송창무의 출전 시간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팀이다.
송창무는 "비시즌 때 훈련이나 연습 경기 때는 열심히 준비했다가 정작 시즌이 시작되면 벤치만 지키는 경우가 많아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리온에서 좋은 기회를 주신만큼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딸을 얻은 송창무는 "집도 마침 일산이라 고양 체육관과 가깝다"고 싱글벙글했다. 이전 소속팀 SK의 연습 체육관은 경기도 용인에 있어서 차가 막히면 3시간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일단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선수들을 보니 '대어급' 빅맨은 눈에 띄지 않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징크스를 경계한 송창무는 "프로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오리온에서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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