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와 냉대 사이…트럼프·오바마 유럽 동시방문 풍경

입력 2017-05-26 10:17   수정 2017-05-26 17:31

환대와 냉대 사이…트럼프·오바마 유럽 동시방문 풍경

"장벽 뒤에 숨어서는 안된다" 오바마 연설에 갈채

"트럼프 신뢰한다"는 유럽인 9%에 불과…오바마는 77%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기간 공교롭게 이웃 국가 독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문해 뜻하지 않은 비교 구도가 형성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오랜 동지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섰다. 그는 이날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메르켈 총리와 나란히 참석해 "이 도시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재임 내내 좋아한 파트너들이 옆에 앉아있다"며 독일과 메르켈 총리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독일과 메르켈 총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퇴임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마지막 공식 순방을 독일에서 마무리하며 메르켈 총리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세계 정치 무대의 손꼽히는 '동지'인 두 정상은 당시 "민주주의를 당연히 여겨서는 안된다"는 공동성명을 내며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작심한 듯 "우리 자신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장벽 뒤에 숨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장벽을 무너뜨리자"고 제안하는 연설을 한 장소여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부각됐다.

이날 행사에는 관중이 대거 몰려들어 유럽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누리는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럽 국민의 77%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으며 특히 독일에선 이 비율이 86%에 달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신뢰를 표현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처럼 유럽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던 시간 바로 옆 국가 벨기에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국가 정상들과 회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유럽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문과 비교됐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나토를 "쓸모없다"고 몰아붙이고 메르켈 총리의 이민 정책을 놓고 "독일을 망친다"고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보다는 표현이 다소 부드러워진 모양새였다.

그러나 영국 맨체스터 테러에 관한 수사기밀 유출논란으로 영국과 마찰을 빚는 등 곤혹스러운 일이 잇달아 발생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럽 순방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보다 우리가 더 소중히 여기는 관계는 없다"며 영국 달래기에 시간을 할애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첫 오찬은 두 정상이 이를 악문 채 나눈 '강렬한' 악수 장면만 화제로 남긴 채 끝났다.

WP는 최소한 메르켈 총리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연달아 만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오는 9월 총선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만 하다고 밝혔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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