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말의 품격'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중요한 이야기들은 늘 제 주변에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이야기들을 건져 올려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올해 상반기 최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에세이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가 새 책 '말의 품격'(황소북스)을 펴냈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언어의 온도'는 지난해 연말부터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다 7개월만인 올해 3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후 1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사람의 향기), 소음 등의 키워드 24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 새 책 '말의 품격' 역시 출간과 함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12위에 올랐다.
최근 전화로 만난 작가는 "'언어의 온도'가 일상에서 건져 올린 말과 글의 이야기라면 '말의 품격'은 인간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말의 품격'은 인문학적인 소재를 많이 끌어왔어요. 어려운 이야기 대신 조금 이해하기 쉬운 인문서라고 할까요. '언어의 온도'가 좀 더 감성적인 이야기라면 말의 품격은 인문적인 이야기를 많이 끌어와 스스로 말과 인생을 돌아보게끔 하는 책입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결이 다른 책입니다."
연이어 낸 책들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는 유독 말과 글, 언어에 관심이 많다.
"기자 생활을 9년 정도 했어요. 기자를 그만두고 호흡이 다른 글을 쓰기로 하면서 사전을 뒤지며 6∼7개월 정도 글과 말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사전적인 이야기나 글의 어원 같은 걸 많이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책에 녹여내게 됐죠. 단어와 언어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그 그릇을 빚어내는 게 작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다른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단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죠. 지금도 종이 사전을 하루에 한두 번은 들여다보고 신문도 보면서 언어에 천착합니다."
'언어의 온도'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타고 30만부 가량 팔렸다. 인기 비결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에세이에서 어려운 현실에 대한 도피처를 찾은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이 정도의 반향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인기 비결을 분석해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힘이 통한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이 지닌 콘텐츠의 힘이라기보다는 '책'이라는 물성의 힘이요. 사는 게 각박한 시대 배경과도 많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말의 품격' 첫머리에 소개한 이야기인데, 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이 '손'이라는 단어였어요. 사람은 본질적으로 외로운데 요즘 사람들은 더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연결하는 게 책이나 손이나 언어가 아닐까요. '언어의 온도'가 묘한 징검다리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갔고 나름의 온기를 더하는데 제 책의 쓰임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작가는 앞으로 "물 같기도 하고 산 같기도 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글에는 두 가지 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바다 같은 글이죠. 여러 수원에서 흘러나와 하나의 바다로 흘러가는 글이 있다면 또 다른 글은 산 같은 글입니다. 하나의 봉우리에서 수만 가지 갈래로 뻗어 나가는 글이요. 저는 물 같기도 하고 산 같기도 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 나름의 글쓰기 철학이 있다면 '좌우봉원(左右逢原. 모든 일이 순조롭거나 가까이에 있는 사물이 학문의 원천이 됨)'입니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건져서 글을 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말과 글이었다면 조금 더 일상의 이야기에서 아이템에 착안해 걷어 올린 쉬운 이야기들이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중요한 이야기들은 늘 제 주변에 있다고 생각해 발굴해 나가려고 합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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