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김지석 "연산군 연기, '혼술' 늘 정도로 괴로웠죠"

입력 2017-05-29 07:00  

'역적' 김지석 "연산군 연기, '혼술' 늘 정도로 괴로웠죠"

"사랑받고 자란 길동이 진심으로 부럽고 밉더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연기 17년 차지만 역사적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특히 연산군은 다른 작품에서 이미지가 많이 소비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연산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연산을 제게 입히려 노력했어요."

MBC TV '역적'에서 연산을 재해석해 호평받은 배우 김지석(36)은 드라마가 끝난 지 2주가 됐지만 "아직 연산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원래의 밝고 유머 넘치는 성격을 감추고 연산에 몰입하느라 힘들었는지 얼굴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저는 연산과 달리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역할에 몰입하려고 부모님께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도와주신다며 정말 3개월 동안 전화 한 번 안 하시더라고요. 연산을 연기하면서 '혼술(혼자 음주)'도 늘었어요. 곤룡포를 벗고 집에 와도 외로워서요.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졌어요."

그러면서도 김지석은 다시 한 번 홍길동과 연산 중에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겠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당연히 연산이다. 정치인 연산의 모습을 재해석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답했다.


그는 극 중 정치인 연산의 가장 큰 패인으로 애정 결핍을 꼽았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결국 홍길동(윤균상 분)으로부터 '능상(凌上)'이라는 죄명을 듣게 된 이유도 결국 '사랑'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산도 아버지 성종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부모 자녀 간 사랑이든, 남녀 간 사랑이든 '사랑'을 이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길동이 진심으로 부럽고 미웠어요. 길동은 씨종의 아들인데도 아버지로부터 참교육과 사랑을 받았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도 있잖아요. 연산은 다 가진 것 같지만 하나도 가진 것이 없었죠. 연산에 몰입하고 보니 정말 화가 났어요."


김지석은 '역적'으로 '일석십조'는 누린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산으로서 수많은 연회를 열었다. 평생 할 파티를 '역적'에서 다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녹수 역의 이하늬 씨와 황석정 선배님은 실제로 국악을 전공한 분들인데 제가 어디서 그런 공연을 또 보겠느냐"며 "관객이 돼 행복하게 관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막상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제가 녹수의 장구춤에 맞춰 '비트'를 타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비트 연산'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더라"며 "제가 실제로 연산이었다면 녹수의 춤을 보고 비트를 타는 것을 넘어 춤이라도 췄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4년 MBC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로 데뷔해 매년 꾸준히 드라마 또는 영화에 출연해온 그는 30대에 접어든 후 배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내 본연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배우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고 가슴에 생채기가 나도 작품 욕심을 부리고 싶어졌어요. 제가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작품은 한정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연이든 조연이든 많은 사람이 봐주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어요."

그는 그러면서도 "연산 때문에 많이 힘들어서 일단 다음번에는 상큼한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웃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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