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이상의 만족감 처음 경험…작품 퀄리티 위해 모두 뭉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녹수처럼 아티스트 성향이 강하고 진취적인 여성이 조선 시대에 산다는 것은 형벌과도 같은 일이었을 거예요. 저 역시 한 명의 예인(藝人)으로서 그런 녹수와의 접합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했죠. '역적'을 통해 예인으로서 녹수의 삶이 재조명돼 뿌듯했어요."
'민초의 힘'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고 종영한 MBC TV 드라마 '역적'에서 장녹수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하늬(34)는 지난 1월 제작발표회에서 관기(官妓) 출신 녹수를 연기하게 된 데 대해 "참 아꼈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국악을 전공한 자신의 이력이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임금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여인 장녹수를 이하늬가 연기한다고 하니 다들 시작도 하기 전부터 그가 선보일 가무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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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하늬는 "학과 선배인 황석정 선배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노래와 춤이 나오는 장면이 부담이 많이 됐다"며 "그런데 제가 마침 엠넷 '판스틸러-국악의 역습'에 출연 중일 때 '역적' 제의가 왔다. '판스틸러'로 쌓은 음악적 자산이 마치 '역적'을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쓰였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가장 보람을 느낀 장면으로는 녹수가 승무를 추는 신을 꼽았다.
"연산이 단순히 여인이 아닌 예인 녹수에게 반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녹수 안에 있는 정수를 표현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살풀이춤과 승무 중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승무를 공개하게 됐죠. 그 장면만 5시간을 찍었어요. 다시 찍어도 그런 장면이 나올까 싶어요. 제게도 선물처럼 남았죠."
녹수가 백성들로부터 돌에 맞아 죽기 전 '흥타령'을 부른 것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라고 그는 강조하며 '꿈이로다∼'로 시작하는 노래 구절을 즉석에서 다시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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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수는 길동(윤균상)과 연산, 극의 주축인 두 남자와 모두 감정을 교류했다.
"길동이 녹수에게 '그런 춤과 노래를 하면서 자신이 예인인 것도 몰랐느냐'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죠. 녹수는 어떻게 하면 몸 한 번 섞어볼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정수를 알아봐 준 그가 고맙고, 사랑도 느꼈을 거예요. 반면, 연산을 향한 감정은 좀 복잡해요. 출세를 위해 필요한 남자이기도 했고, 시화에 능한 예술가의 모습도 사랑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처참하게 망가진 연산을 두고 떠날 때는 마음이 매우 아팠어요. 아들을 놓고 가는 것 같았죠."
이하늬는 "이번에 워낙 선이 굵은 연기를 해서 다음에 녹수와 비슷한 캐릭터 연기를 또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며 "여운을 잘 털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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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역적'의 메시지를 '민중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률 이상의 것들을 수확했다고 강조했다.
"시청률에 울고 웃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작품 퀄리티를 위해 배우와 PD, 작가는 물론 막내 스태프까지 뭉쳤어요. 시청률 이상의 만족감을 처음 경험했죠."
2006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이하늬는 2012년 영화 '연가시'와 2013년 KBS 2TV 드라마 '상어'를 시작으로 연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겟잇뷰티' 등 예능 프로그램과 봉사활동, 국악 역시 놓지 않고 있다.
"다양한 활동으로 오히려 에너지를 받아요. 연기만 해서는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다른 곳에서 해결되기도 하거든요. 제 '가죽'뿐만 아니라 내면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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