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전 4이닝 무실점…직구 최고 시속 145㎞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불펜 등판한 날 뜻깊은 변화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경기에서 6-3으로 앞선 6회 초 등판해 4이닝을 51구 2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빅리그 데뷔 후 65경기째에 처음 세이브를 거둔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2승 5패 1세이브 4.28이다.
어깨 수술과 긴 재활, 그리고 구속 저하. '괴물 투수' 류현진도 이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15년 왼쪽 어깨 수술을 받기 전까지 류현진의 빅리그 속구 평균 구속은 91.3마일(시속 146.9㎞)이었지만, 올해는 89.4마일(시속 144.9㎞)로 뚝 떨어졌다.
빠른 공의 구위가 떨어지니 제구력과 변화구만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원래 속구를 절반 이상 던지던 정통파 투수였던 류현진은 올해 속구 구사가 45%대로 떨어졌다. 대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구사를 대폭 늘렸다.
그런데도 결과는 신통찮았다. 복귀 후 2승을 챙겼지만, 예전처럼 타자를 구위로 압도하는 경기는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선발진이 포화 상태였던 다저스는 로테이션을 조정하며 류현진을 롱 릴리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류현진은 여기서 한 번 더 변신했다. 속구 구사를 대폭 줄이고, 변화구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제구력으로 구속을 보완하는 투구법을 들고 나왔다.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전에서 51개의 공을 던졌다. 이중 속구는 11개(21.6%)뿐이다. 대신 체인지업 16개, 슬라이더 13개, 커브 11개로 변화구를 78.4%나 던졌다.
결과는 좋았다. 이날 류현진의 속구 최고 구속은 90.3마일(시속 145㎞)에 그쳤지만, 낮게 낮게 파고드는 변화구로 숱한 땅볼을 유도했다.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친 건 2014년 8월 8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7이닝 무실점) 이후 1천22일 만이다. 선발과 불펜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수술 뒤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류현진에게 확신하기에는 충분한 투구 내용이다.
류현진의 원래 자리는 선발진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에게 불펜투수로는 이례적인 4이닝을 맡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막 불펜에서 첫 투구를 마친 류현진의 다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50개 이상 투구했으니 선발투수처럼 최소 나흘 동안 마운드에는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기교파'로 변신한 류현진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선발 복귀는 머지않은 일이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