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만 성업' 제구실 못하는 해운대 해양레저특구

입력 2017-05-28 08:35  

'음식점만 성업' 제구실 못하는 해운대 해양레저특구

10년 전 시작 동백섬·송정·수영강 4개 민자사업 파행 위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해운대구가 사계절 해양레저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추진한 해양레저특구사업 대부분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동백섬, 송정해수욕장, 수영강에 민자사업으로 해양레저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됐으나 한 곳도 제 기능을 하는 곳이 없다.


◇ 말뿐인 해양레저 메카 = 지난 26일 낮 해운대 동백섬에 있는 해양레저기지(더베이101)에는 요트 한 척이 계류돼 있었다.

해양레저장비 계류장과 클럽하우스로 구성된 이 곳은 바다와 마린시티 고층 건물이 어우러져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음식점에는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몰렸지만 요트를 타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요트를 타려면 1인당 7만원(어린이 4만원)을 줘야 한다. 요트는 최소 인원 10명을 채워야 출발한다.

해양레저기지인 더베이101이 음식점 영업에 치중하고 해양레저사업은 뒷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문화재보호구역인 동백섬에 해양레저기지가 생긴 것은 2014년 4월이다.

이곳에서 해양레저를 이용한 사람은 지금까지 8만5천여 명(2014년 1만4천여 명, 2015년 4만1천여 명, 2016년 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때 주요 시설이 파손되는 등 11억원 상당의 피해가 나면서 해양레저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 해운대 해양레저특구 파행 = 2006년 12월 지식경제부가 지역특화 발전특구에 대한 규제 특례법을 만들면서 해운대구는 컨벤션·영상·해양레저특구로 지정됐다.

해양레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이 특례법을 근거로 해운대구는 2007년 사업자 공모를 거쳐 4개 민자사업자를 선정, 해양레저사업을 추진했다.

송정해수욕장 구덕포 입구에는 요트계류장·통제본부·전망대로 구성된 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가 사업자의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이달 말에 마침내 개장한다.

서핑, 수상 오토바이, 스킨스쿠버, 바나나 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숙소를 갖췄다.

송정해수욕장 죽도공원 앞 해양레저기지 조성 사업은 3층 건물이 2014년 완공됐으나 개장도 못 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해양레저 전문회사에 위탁관리를 하겠다고 요구했으나 해운대구는 이를 불허하고 해당 시설을 매입해 공익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영강에는 2015년 7월 수상자전거, 카약, 오리배 등 무동력 수상레저기구를 즐길 수 있는 계류시설(센텀마리나파크)이 생겼으나 영업 부진으로 장기간 휴업에 들어갔다.

70억원을 투입한 센텀마리나 사업자는 6월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 해양레저 입지 부적합 = 동백섬 운촌항은 태풍 파도에 해상호텔(선박)이 뒤집힐 정도로 허점이 있는 곳이다.

해양레저장비 50대를 계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더베이101은 요트 14척, 수상오토바이 20대, 보트 8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더베이101 관계자는 "해양레저기지 사업을 위해서는 파도의 세기가 30㎝ 이하를 유지해야 하지만 운촌항은 해상으로부터 진입하는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가 없어 너울성 파도만 생겨도 계류시설이 파손된다"며 "파도가 높으면 해양레저장비 계류가 불가능해 해양레저 영업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데도 일반 음식점에만 주력한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837억원(국비 280억원, 민간자본 557억원)을 투입해 동백섬 운촌항을 태풍 해일로부터 보호하고 관광객들이 동백섬과 광안대교, 마린시티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다목적 방파제와 해양레저 계류장을 2021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방파제가 생길 때까지 동백섬 해양레저시설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송정해수욕장은 파도가 그대로 해안으로 밀려오는 지형이기 때문에 방파제를 설치하지 않으면 요트와 보트 계류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특구사업 초창기부터 나왔다.

심윤정 해운대구의원은 "송정해수욕장은 파도가 심해 서핑을 제외하고 요트와 보트 등 해양레저사업을 하기에 부적합한 곳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는데도 해운대구가 강행했다"고 말했다.

수영강에서 수상레저기구를 운영하는 센텀마리나파크는 "대형 버스를 타고 오는 단체 손님을 받고 싶어도 주차 공간이 없다"며 "특별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각종 규제 때문에 영업부진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대책 없는 해양레저 특구 = 해양레저사업은 초기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수익 내기가 힘든 구조여서 해운대 해양레저특구사업이 부대시설로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형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성철 해운대구의회 의장은 "구의회 차원에서 해양레저특화사업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4개 해양레저시설을 점검해본 결과 해양레저사업과 수익사업의 비율(6대4)이 있지만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민간사업자가 수익사업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여곡절 끝에 개장하는 송정마리나도 해양레저보다 음식점 수익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철우 영산대 해양레저관광학과 교수는 "해양레저산업은 민간자본을 유치했다고 하더라도 방파제와 같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힘들다"며 "해양도시 부산에서 많은 사람이 저렴하고 손쉽게 해양레저를 이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때까지 행정당국의 지원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민간 사업자의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해양레저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이 쉽게 해양레저를 즐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해양레저 특구사업이 본래 취지대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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