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줄줄이 예고된 청문회 정국에서 대여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제3의 길을 창당 기치로 내건 만큼 과거의 여야 대결구도를 지속하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도, 캐스팅보트로서의 존재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호남 민심의 추이를 지켜보며 집안 단속을 하고, 새 정부의 잘못에는 따끔하게 목소리를 낸다는 대응 기조를 설정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민주당이 좋은 역할을 한다면 앞장서 협력하고, 잘못된 역할을 한다면 가차 없이 매서운 질책을 서슴지 않겠다"며 '협력과 견제'의 투트랙 대응방침을 밝혔다.
이런 기조에서 당 지도부는 호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해 검증은 날카롭게 하되 인준안 처리에는 대체로 협조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에 대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장 발표 이후 당내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공약은 그냥 선거 캠페인에 불과한 것이었나. 이 후보자는 5대 배제기준에서 4개가 위반되는데 그냥 넘어갈 명분이 안 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말 사이 총리인준 여부를 둘러싼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는 한 오는 29일 국민의당 의총에서 인준 동의로 당론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부터 사사건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대선 패배 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힘을 받고 있어 강경일변도의 대여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이 심상찮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6∼18일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호남에서 민주당은 71%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당은 5%로 곤두박질쳤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은 욕을 먹더라도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 지지층이 만족하지만 제3당인 우리는 다르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진전된 입장을 보인다면 인준에 동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인준해야 한다"며 "5대 비리 관련 인물을 등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깨져가는 작금의 현실을 대통령께서 직접 해결하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당은 남은 청문회와 6월 임시국회에서 사안별로 대화와 견제를 적절히 병행하는 묘수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말 의원 워크숍, 7∼8월 원외 지역위원장 간담회 개최 등으로 어수선해진 당 분위기를 추스르고 '대선백서' 제작과 당 혁신위원회 가동으로 대외투쟁보다 대내 개혁 쪽에 초점을 이동할 전망이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