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벌금 부과 가능한 법규 실효성 확보·접종률 제고 목적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정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육아시설이 자녀에게 홍역 예방 백신 등의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를 당국에 신고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독일 공영 ARD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보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 내달 1일 하원인 분데스탁에서 채택 여부가 논의된다.
독일에선 2015년부터 자녀 예방접종을 입증하는 서류를 육아시설에 반드시 제출하게 돼 있지만, 서류를 내지 않아도 시설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권한은 없다.
또 시설이 이 서류를 내지 않는, 즉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를 보건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자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2천500유로(약 312만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기존 법규의 조항도 실효성이 없었다.
이 법안은 독일에서 지난 4월말까지 발생한 홍역 환자가 583명으로 전년 1년 동안(325명) 발생자 수를 이미 크게 넘고 3자녀를 둔 여성 1명이 사망하는 등 홍역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홍역 확산의 가장 큰 이유는 홍역, 볼거리로 알려진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등 3가지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얻게 하는 MMR백신의 접종률이 떨어진 것이 지목되고 있다.
헤르만 그뢰헤 보건장관은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많은 사람이 병들고 죽어가는 현실을 방치할 수 없어 법규를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뢰헤 장관은 법안의 목적은 처벌에 있지 않고, 미접종 아이를 파악해 제때에 의료진과 접종을 상담받도록 해 접종률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에 대해 육아시설 단체와 보건의료계는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 단체 중에서도 예방접종률 제고에는 찬성하면서도 이 같은 방식의 법규는 문제가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회 상원 격인 분데스라트는 "육아시설과 학부모 간 신뢰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폴란드 스위스 등 유럽 각국에선 근년 들어 홍역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심한 루마니아의 경우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홍역 환자가 3천400여 명 발생하고 17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에선 올해 들어 지금까지만 2천 명으로 작년 한 해 전체 발생자의 근 10배나 됐다.
이탈리아 의회는 지난주 학령기 이전 아동에게 홍역, 백일해, 소아마비, B형간염 등 12개 질병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안전 및 과학적 진실 위원회'를 신설하고, 극단적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2세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앉히려 해 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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