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최근 중국에서 자산과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중산층이 태국 주택과 홍콩 보험상품 구매에 나서 자본의 국외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자본유출 규모는 6천400억 달러(716조1천600억 원)로 2014년 1천180억 달러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당국이 부유층의 자본유출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근래 총자산 규모가 28조3천억 달러에 달하는 인구 2억명의 중산층이 해외투자에 나서 중국 당국의 단속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중산층이 위안화 환율 하락과 부동산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우려가 있는 가운데 중국내 투자수단 제한 등의 조치가 나오자 해외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태국 부동산과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홍콩 보험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보험업감리처에 따르면 중국인이 지불한 보험료는 2010∼2016년 기간에 10배 급증했다. 작년 1∼3분기 중국인의 홍콩 보험상품 구입액은 60억 달러로 전체 새 보험상품 가치의 37%를 차지했다.
태국 방콕의 부동산 중개업자 인제는 지난 3월 태국 내 아파트 100여 채가 하루 새 공무원을 포함해 대부분 중국인 중산층에게 팔렸다고 말했다.
작년의 경우 잘 팔릴 때 석달 간 100채가 팔린 것에 비하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중국 중산층의 영국 등지 주택 구매를 돕는 베이징(北京)의 중개업자 드리즈트 추이도 "작년 전체 고객이 약 40명이었지만, 올해는 지난달 중순까지 20여 건의 거래를 마무리했다"며 자신도 작년 태국 방콕 주택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영국 런던의 방 2개짜리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샀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중산층은 연간 5만 달러(5천600만 원)인 개인의 외화 매입 규모 제한을 피하려고 지하금융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지폐를 다리에 묶은 채 환전 제한이 없는 홍콩으로 밀반입하는 대리인들을 이용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 친구와 친척에게 자신의 돈을 미 달러화로 대신 환전해 송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중산층의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다른 이의 송금을 돕는 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경고하고 1주일 내 5만 달러 이상 인출하거나 단기간에 동일 해외 계좌로 5차례 송금하는 경우 신고하도록 했지만, 편법을 통한 해외유출이 멈추지 않고 있다.
홍콩 내 영국계 보험사의 보험중개인은 중국이 보험 상품 관련 자본 유출 규제를 시행한 작년 10월 이후로도 중국 본토인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대부분 고객이 연간 5만 달러 미만의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당국 규제를 피하기 쉽다"고 말했다.
인제는 올해 중국인 30명이 태국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송금하는 것을 도왔다며 "고객들에게 5만 달러 대신 4만8천 달러나 4만9천 달러 등을 송금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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