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이 우상?…방글라 대법원, 논란에 이전

입력 2017-05-29 16:00  

'정의의 여신상'이 우상?…방글라 대법원, 논란에 이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이슬람교가 국교인 방글라데시에서 대법원 앞마당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 조각상이 우상 논란 끝에 수백 미터 떨어진 별관 앞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조각상 완전 철거를 요구하는 이슬람 강경파와 이전 반대를 주장하는 세속주의자 사이의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29일 현지 영자지 프로톰알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 다카의 대법원 입구 광장에 세워졌던 정의의 여신 조각상이 전날 정오께 애초 위치에서 270m 떨어진 대법원 별관 건물 앞으로 이전 설치됐다.

방글라데시 조각가 므리날 하크가 만든 이 조각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테미스'와 비슷하게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지만, 방글라데시 여성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고 있다.

강경 이슬람 단체인 헤파자트-에-이슬람 회원 등은 이 조각상이 처음 설치될 때부터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우상'이라며 이를 법원에 세우는 것은 국민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슬람 신자의 종교적 감수성을 훼손한다고 지적,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하크는 조각상이 전형적인 방글라데시 여성의 모습을 나타냈다며 철거를 반대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이 사안에 대해 한동안 침묵을 지켰으나 지난달 그리스 여신 테미스의 조각상을 대법원 앞에 설치한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결국 이슬람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일단 방문객이 적은 별관으로 조각상을 이전하는 절충안으로 논란을 해결하려는 모양새지만 이슬람 강경파와 세속주의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헤파자트-에-이슬람은 대법원 조각상의 완전 철거뿐만 아니라 대학 교정 등에 설치된 비슷한 종류의 조각상도 철거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방글라데시 학생연합 등 세속주의 단체는 하시나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표를 의식해 세속주의 움직임을 탄압한다고 정부를 비판하며 철거 반대 집회를 벌였다.

1971년 파키스탄에서 분리, 독립한 방글라데시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면서도 그동안 정부가 세속주의를 지향함에 따라 이슬람 강경파가 크게 세력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세속주의자들이 잇따라 살해되고 국어(벵골어) 교과서에 이슬람적 요소가 다수 반영되는 등 강경파의 세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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