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총 9번 요격실험에서 5번 실패, 4번 성공
"美 결함교정 원해…이동식·고체연료, 요격 더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요격 훈련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기술 발전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결함을 교정할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지난 2004년 당시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작전 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한 이후 총 9번의 미사일 요격실험에서 5번 실패, 56%의 실패율을 보였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4번의 성공 가운데 목표물을 스치듯이 맞힌 2006년 '부분적 성공'을 빼면 요격 실패율은 67%에 이른다는 것이 NYT의 평가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는 이번 요격실험에서 그동안 절반 이상의 실패율을 보인 요격 시스템의 결함이 교정됐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30일 북한의 ICBM 공격에 대비한 요격 훈련을 한다. 3년 만에 실시하는 요격실험이지만 미 본토에 대한 ICBM급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평양 모처에서 미 본토를 향해 '맞춤형' 미사일로 가상 공격을 하면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반덴버그 공군기지 내 지하 격납고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태평양 상공에서 격추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개발에 성공하고,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함으로써 요격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과거처럼 액체추진 연료를 사용하면 미사일 운반차량이나 연료 트럭 등이 미국의 정찰기나 위성에 쉽게 포착되고, 연료 주입에도 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미국 서부에 배치된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북한 미사일의 예상 궤적을 추적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공장에서 고체연료를 미사일에 장착, 연료 주입 시간을 아예 없애고, 이동식 발사대까지 활용해 은밀성을 높임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시간이 수 시간에서 수분 단위로 축소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 국방부에서 무기시험 운영평가국장을 지낸 군축·비확산센터(ACNP)의 미사일 전문가 필립 코일 선임 과학고문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할) '워닝 타임(경보 시간)'이 덜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격실험은 고도의 각본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전에서의 요격은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KN-15)을 발사한 데 이어 29일 스커드-C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최소 1발 이상을 발사하는 등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22일 전날 시험 발사한 '북극성 2형'에 대해 "완전히 성공한 전략무기"라면서 "이제는 빨리 다량 계열 생산하여 인민군 전략군에 장비(배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한 바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을 포함해 탄도미사일만 9번 발사했으며, 단거리에서부터 중장거리에 이르기까지 기종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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