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전 위원장, 박근혜·최순실 재판 증언…"합병안 올라올 줄 알고 준비"
'김 전 위원장 설득' 의심받는 보사연 연구위원 "완전 허위…아무말 안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강애란 기자 = 김성민 전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당연히 전문위에서 판단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 합병안이 국민연금공단 내부의 투자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SK 합병안을 전문위에서 처리했기 때문에 삼성 합병 케이스도 당연히 전문위로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SK 합병 건과 삼성합병 건은 "공정성 이슈에서 거의 동일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면서 오히려 삼성 건이 "더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5년 7월 4일 전문위 개최 일정을 잡을 생각에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가 '황당한' 이야기만 들었다는 일화도 꺼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3∼5일 정도는 외부와 차단하고 외부 기관들이 삼성 합병안에 왜 반대하는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입장이나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의견은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의견까지 청취하고 나서 각 위원이 어떤 근거로 찬성·반대하는지 얘기해볼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만났는데 엉뚱한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홍 전 위원장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합병이 긍정적이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하며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떠봤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삼성 합병안은 전문위가 아닌 공단 내부 투자위원회에 회부돼 찬성 의결이 났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측에 전문위 개최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투자위가 삼성 합병안을 처리한 것에 절차적 문제는 없는지, 결정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복지부 측에서는 "아무 액션이 없었다"고 그는 증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합병안을 전문위에 회부해달라고 한 건 전문위의 권한과 책임이라 생각했다"며 "삼성합병 케이스를 전문위에 회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자위에서 결정한다면 전문위 존재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에 이어서는 원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증인으로 나왔다. 원씨는 김 전 위원장이 홍 전 본부장을 만난 7월 4일 동석한 인물이다. 홍 전 본부장과 함께 삼성합병에 부정적이던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 특검 등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원씨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을 만난 뒤 삼성 미래전략실 이모 당시 팀장에게 "'객관적 자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두 분(홍완선·김성민) 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 조금 더 노력할 부분이 있지 않나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원씨는 법정에서 "이날 모임이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고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와 홍 전 본부장이 김 전 위원장을 설득했다는 건 완전 허위"라며 자신은 단순 '참고인' 신분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에서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없고, 삼성 측에 분위기를 전한 건 인사치레였거나 추가 연락을 받기 싫어서 대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사실 자신도 삼성합병 건은 전문위에 회부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투자위원회는 명백하고 교과서적인 것만 판단하고, 사안이 중요하거나 이슈가 되면 관례상 전문위로 넘기는 거로 안다"며 "이건 이슈가 중요한데도 투자위 독자적으로 했다고 해서 기금운용본부 관례가 아니라고 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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