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직접 수신율 낮고 UHD TV 보급율 2.5%에 불과
TV 구매 부담, 즐길만한 콘텐츠 적어 초기 정착 한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가 오는 31일부터 수도권에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아직 UHD 방송을 많은 시청자가 무료로 즐기기에는 갈 길이 멀다.
기본적으로 실감 나는 UHD 방송을 즐기려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야 하지만 국내 지상파 직수신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울러 UHD 방송 수신에 필수적인 UHD TV를 구매한 가구가 적은데다 UHD TV를 산 시청자라도 안테나와 셋톱박스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매년 수행하는 '2016년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구(전국 4천388가구) 중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지상파 TV만 이용하는 가구는 5%다.
문제는 지상파 직수신을 하더라도 UHD TV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UHD 방송을 이용할 수 있어 현시점에서 실제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볼 수 있는 가구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에 불과하다.
특히 UHD TV를 보유한 가구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구인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가구가 가장 많다.
지상파 직수신 가구가 고연령,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UHD 본방송을 보기 위해 최소 200만원에 이르는 UHD TV 구매하는 일은 많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 고낙준 과장은 "아직 UHD 서비스 개시 초반이기 때문에 일단 소비자 선택에 맡길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 HD 방송 종료 시점이 확정되면 TV를 바꾸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전환 비용을 일정 부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HD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적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UHD 본방송 시작 초반 해당 서비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수도권 본방송 첫해인 올해 지상파 UHD 프로그램 최소 편성 비율을 5%로 권고하고 2020년 25%, 2023년 50%, 2027년 100%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UHD 콘텐츠 제작비는 방송사 자체 조달이 원칙이라 지상파 사업자들의 부담은 클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쉽지 않을거라는 예상이 많다.
2017년 초 이전에 판매된 UHD TV는 아예 지상파 UHD 직접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UHD 서비스 확대의 또 하나의 난관이다.
현재 지상파 UHD를 시청하려면 북미식 기술(ATSC 3.0)이 도입된 UHD TV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UHD 방송표준방식은 지난 7월 말에야 북미식으로 결정됐고 해당 기술이 적용된 UHD TV는 올해 초 국내에 출시됐다.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된 유럽식 UHD TV(DVB-T2 기술)를 산 소비자들은 전송 방식을 변경해주는 5만∼6만원 상당의 셋톱박스를 따로 사야 하는 실정이다.
삼성과 LG 등 가전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판매현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이미 판매된 유럽식 UHD TV가 108만여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UHD 방송 대중화를 위해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 UHD 재송신 등 다양한 시청자 복지 보장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디지털 케이블 연구원 문준우 본부장은 지난 24일 한국케이블TV협회에서 개최된 '지상파 UHD 방송, 누가 안방까지 책임지나' 세미나에서 "과거 디지털 방송 사례를 봤을 때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유료 방송사를 통하지 않고 서비스가 보편화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본부장은 "현재 정부와 지상파가 UHD 재전송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송업계는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분명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UHD서비스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동통신의 경우에도 신기술이 도입 시 해당 서비스를 대다수의 소비자가 이용하려면 평균 단말기 교체주기인 2년 정도가 필요하다"며 "TV 교체주기는 이보다 느리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UHD 방송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시청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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