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되풀이 우려해 신규 대출 억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대형 은행들이 신용 악화를 우려해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오토론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미국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았던 오토론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낮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와 경기 호전 등에 힘입어 은행들은 수년간 오토론을 늘리는 추세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현재 오토론 시장의 규모는 1조1천700억 달러(약 1천300조원)로, 2010년의 저점보다 근 70%가량 성장했다. 대형 은행들이 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지난주 연방예금보험공사(F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은행들의 오토론은 지난해 4분기보다 16억 달러가 줄어든 4천400억 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6년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은행들의 오토론이 줄어든 것은 올해 들어 연체율이 상승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반복을 우려한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 은행인 웰스 파고와 JP 모건 체이스는 물론 자산 기준으로 미국 9위의 은행인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 등이 줄줄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웰스 파고와 JP 모건 체이스의 1분기 신규 대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루스 판 사운 최고경영자(CEO)는 오토론 대신에 학자금 대출과 같은 다른 부문에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토론 전문업체로 다소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는 캐피털 원은 올해 1분기에 20억 달러의 신규 대출을 집행, 총대출액을 500억 달러로 늘렸다.
하지만 이 회사의 리처드 스코트 블래클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1분기에 중고차 시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비은행권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비우량) 고객들에 대한 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대형 은행들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한편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을 높이는 최근의 시장 상황에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오토론 시장의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 오토론에 집중하는 몇몇 금융회사들이 이와 관련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의 서브프라임 오토론 사업조직인 산탄데르 컨슈머 USA의 주가는 3월초부터 최근까지 약 20% 하락했다. 얼라이 파이낸셜의 주가도 같은 기간에 20% 가까이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들어 8% 하락한 중고차 시세가 더 떨어진다면 대출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시세가 떨어지면 통상적으로 디폴트가 늘어나고 채권자들이 차량 공매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로펌인 데이비스 앤드 길버트의 한 관계자는 오토론 시장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이보다 8배나 큰 모기지 시장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여파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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