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일부 불법사용 아닐 수 있어"…100억대 배임혐의는 '무죄' 확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법원이 회삿돈 11억원을 빼돌려 개인 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72) 전 KT 회장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이 유죄로 본 비자금 중 일부는 개인적 용도가 아닌 회사를 위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액과 사용내역을 고려하면 비자금 중 상당부분을 회사를 위해 지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비자금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 개인적으로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취득한 재물의 규모가 5억원 이상이라는 구성요건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에게 적용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은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2013년 9월 회사 비등기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역할급' 수당 27억5천만원 중 11억6천여만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해 경조사비 등에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또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KT가 이 전 회장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의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총 103억5천만원의 손해를 끼친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았다.
1심은 "비서실 운영자금이나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등에 쓴 만큼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횡령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배임혐의도 "당시 KT의 투자 결정은 합리적 의사결정이었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반면 2심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인 자금과 유사하게 비자금을 함부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횡령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배임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회사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횡령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배임혐의는 원심 판결이 인정한 무죄를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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