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정부가 지난 2월부터 그림자금융을 단속하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궈수칭(郭樹淸) 신임 주석이 취임한 이후 은행들의 그림자금융을 겨냥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그 여파로 채권시장에서는 투매가 벌어지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빚어졌다.
주식 시장에서는 은행주들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특히 그림자금융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광대은행과 민생은행 등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CSI 300 은행업 지수는 은감회가 규제 폭풍을 일으킨 탓에 거의 10%나 떨어졌다가 인민은행이 5월초 긴급 유동성을 투입한 덕분에 낙폭을 다소 만회했다. 두 달여 만에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38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지난 수년간 고성장을 거듭해 64조5천억 위안(약 1경600조원)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도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이와 캐피털 마켓의 케닌 라이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 주석은 소수 개인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한 금융계의 부정부패 구조를 척결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그림자금융 단속은 이런 큰 구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상푸린(尙福林) 은감회 주석을 궈수칭으로 교체한 데 이어 4월초 샹쥔보(項俊波)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주석이 당 규율 위반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시진핑 주석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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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감회와 보감회, 그리고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등 3개 금융 당국의 수장들이 지금은 모두 시진핑 주석이 지명한 인물들로 바뀐 상태다.
BBVA의 샤 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은감회가 시중은행들이 대량으로 발행하는 자산관리상품(WMP)의 복잡한 구조에 손을 대는 추가규제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루머도 최근 시장을 뒤흔든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대형 은행들이 은감회에서 추가 유동성을 요구하는 조치가 나올 것에 대비해 장기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고 은행들과 제휴한 자산운용사와 투자신탁들도 이미 WMP 사업의 일부를 접고 있다고 전했다.
WMP는 개인 투자자에게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제조업체 등에 만기 1∼2년 이상의 장기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에서 정식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를 유사 대출 내지는 자금 차입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은행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 '그림자금융'의 주범으로 꼽힌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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