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블랙리스트가 장관 됐다…逆블랙리스트 만들 일 없다"

입력 2017-05-30 16:55   수정 2017-05-30 16:59

도종환 "블랙리스트가 장관 됐다…逆블랙리스트 만들 일 없다"

"'보수 죽어봐라'는 식의 진보 편향 없을테니 염려안해도 돼"

"文대통령, 블랙리스트 없는 사회 돼야 한다고 늘 말씀…암흑기 끝내야"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서혜림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30일 "블랙리스트가 장관이 됐다"며 "불이익 받고 상처받은 문화예술인들을 위로하고 치유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없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은 붕괴됐고 문화예술체육인들의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다. 책임감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진보성향의 편향된 문화예술 정책을 펴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너희들, 우리 블랙리스트(로 선정)했지. 너네들도 당해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판을 살리고 조직을 정상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보수 죽어봐라' 이런 식은 절대 아니다. 편향되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 염려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블랙리스트의 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역(逆) 블랙리스트'를 적용하는 일을 우려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리스트가 없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저는 어느 한쪽만을 위한 진보 시인이 아니라 온 국민이 좋아하는 대중적 지지를 받는 시인이었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균형 있는 행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 의원은 이날 오전 의정부교도소에 구속수감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면회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명숙 전 국무총리 면회는 예정돼 있었나.

▲우연히 오늘 가게 된 것이다. 10일 전에 신청했는데 오늘로 정해졌다. 인사한다고 갔는데 인선발표가 났더라.

--한 전 총리가 뭐라고 했나.

▲여러 가지 '어드바이스'(조언)를 해주셨다. 본인이 총리할 때 장관들이 역할 하는 것을 보니 계속 관료들에게 휘둘리더라고 했다. 휘둘리지 말고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 조직을 장악하고 끌고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몇 번 하셨다.

--제1과제가 무엇인가.

▲조직 쇄신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블랙리스트가 적용돼 다 망가진 조직이 문화부지 않느냐. 조직의 쇄신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블랙리스트가 적용되는 '다크 에이지'(Dark Age·암흑기) 시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인의 인권, 문화예술인의 문화자유권, 창작권이 보장돼야지만 국민의 문화향유권도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그걸 하라고 정권교체를 한 것이다.

--통보는 누구를 통해 어떻게 받으셨나.

▲말씀드릴 수 없다. (언제?) 최근에…구체적인 것은 좀….

--문재인 대통령이 문화부 장관은 이런 걸 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이 있나.

▲첫 번째가 블랙리스트다. 블랙리스트 같은 건 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늘 말씀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단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 된 사람이 수천 명이었잖느냐. 이윤택 예술감독인은 대통령의 친구였다. 1등에 100점인데도 배제하는,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다 배제되는 야만적인 조치를 받았다. 그런 것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국민은 검열과 배제를 안 당할 권리가 있다. 이것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다. 블랙리스트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입각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한다면.

▲블랙리스트가 장관으로 가는 것이다. 그 의미가 굉장히 크다. 나 자신이 블랙리스트이고 나와 가까운 사람이 다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

저는 30년 넘게 글을 쓴 문화예술인이었다. 지역 문화운동을 했고 문화예술을 아는 사람이, 문화예술 업무를 담당하는 문화부로 간다는 게 두 번째 의미이다. 국회에서도 제가 문화 쪽 업무를 계속해왔고 행정부인 문화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는 문화행정 쪽의 실무역량을 갖춘 사람이다.

--진보적 문화예술인들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우려 안 해도 된다. 시인, 문화예술인으로 30년 살았다. 대중적인 시인이다. 어느 한쪽만 좋아하고 한쪽을 위한 진보 시인이 아니었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지지 받는 시인이었다. 염려 안 해도 된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균형 있는 행정을 할 것이다.

정치 때문에 문화예술이 망가졌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문화에 정치 잣대 들이대서 망가진 것이다. (장관으로) 가서 '너희들 우리 블랙리스트(로 선정)했지. 너네들도 당해봐'라는 것은 아니다. 예술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조직을 어떻게 정상화 할 것인가, 이런 것이 중요하다. '보수 죽어봐라' 이런 식은 절대 아니다. 할 일이 굉장히 많다.

편향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가 블랙리스트의 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역 블랙리스트'를 적용하는 일을 우려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리스트가 없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예술가들과 문화공무원들 사이에 갈라진 모습이 많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가교와 소통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부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사회적, 경제적으로 배제됐고 검열과 차별, 감시를 당했어. 그걸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부 공무원들이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다. 전·현직 장·차관이 다 구속돼 있고 본인들도 재판정에 불려 다니고 있고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하지만 조직 전체가 위축돼 있어 조직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

일할 사람은 일하게 해야 한다. 그 일은 문화예술인, 국민을 위한 일이 돼야 한다. 지금 의욕과 사기가 땅에 다 떨어져 있고 조직은 망가졌고 사업들은 엉망진창이 돼 있다.

--체육 관광분야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하신다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야를 넘어 지원해야 한다. 새 정부와 힘을 합쳐 지원할 건 지원하고 준비할 건 철저히 준비해서 평창올림픽 잘 치르는 게 첫 번째 과제이다.

지난 몇 년간 체육인들의 자존감도 땅에 떨어졌다. 김종 전 차관이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망가뜨릴 대로 망가뜨렸다. 툭하면 징계하고 막 감사하고 이래 가지고…. 체육인들의 망가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체육인들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합쳐져 대한체육회가 하나로 통합됐는데 새로운 체육회 운영도 잘해서 국민에 활력과 기쁨을 주는 생활체육 확산도 중요한 일이다. 체육인 복지도 신경 쓸 것이다.

--당·청 관계에서도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당과 늘 상의해서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국회에 많이 불려와서 국회에서 상의할 일이 많다. 당과의 관계가 잘 정립돼야 한다. 야당 의견도 경청하며 야당과 협조해야 한다. 당과 협의하고 당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겠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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