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프랑스 명품업체 카르티에가 현대미술을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1984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은 미술전시를 후원하거나 유명한 작품들을 소장하는 일반적인 다른 미술재단들과는 달리 전시될 작품의 제작을 의뢰하는 '커미션' 방식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이렇게 전시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하이라이트'라는 제목처럼 1천500여점에 이르는 재단의 소장품 중 주요 소장품 100여점을 골라 소개한다. 회화, 비디오아트, 사진, 판화, 조각 등 장르도 다양하다.
전시작들 중에는 대규모 작품들이 많다. 중국 작가 차이궈창(蔡國强)이 종이에 화약으로 표현한 '화이트톤'은 가로 18m, 세로 4mm에 달하는 대작으로 마치 동굴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미국의 미술가와 건축가 그룹인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의 '출구'(EXIT)는 관객을 둘러싼 전시장 전면을 비디오 화면으로 채워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화면에서는 자연재해, 삼림파괴 등 인간이 이주하는 여섯 가지 목적들을 지도와 텍스트 등으로 보여준다.
호주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의 가로 6.5m, 세로 1.6m, 높이 3.9m에 이르는 대형 조각 '침대에서'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인물을 거대하게 재현한다. 거대하게 확대됐지만 세부적인 모습은 극사실적이다.
프랑스 SF 만화가 뫼비우스의 드로잉작업, 일본 사진작가 모리야마 다이도가 3천262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재구성한 설치작업 등은 작은 이미지들을 여러 개 모은 작품들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작가 쉐리 삼바는 아프리카 미술을 소개한다.
미술작가로도 활동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더 이름을 떨친 유명인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일본의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꽃과 동물을 연관시킨 동물 형상의 꽃병 연작을, 미국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드로잉작업과 석판화(리소그래프) 작품을 보여준다. 드로잉 '바인더 작업'은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종이성냥부터 포스트잇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제작한 259점 연작이다. 미술가 겸 음악가 패티 스미스의 설치작품 '산호초 바다의 방'은 스미스가 자신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89년 사망)에게 헌정했던 작품이다. 패티 스미스의 시와 사운드트랙, 자연 이미지를 보여주는 프로젝션 화면 등으로 구성된다.
커미션이 특징인 카르티에 재단은 이번 전시를 위해 별도로 한국 작가들에게도 작품 제작을 의뢰했다. 영화감독 박찬욱과 미술작가 박찬경 형제로 구성된 팀 '파킹찬스'는 박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픈 세트를 3D 영상으로 촬영하고 소리를 입체적으로 입한 사운드-이미지 영상설치작품 '격세지감'을 제작했다. 3D 안경을 쓰고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관람하는 작품이다.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웹툰작가 선우훈은 관객이 마우스를 움직이면 눈앞의 대형화면에 이미지와 대화가 나타나는 디지털 드로잉 작품을, 2007년 파리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이불은 백두산 천지에서 영감을 얻은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은 서울 전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순회전을 열 계획이다.
전시는 8월15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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