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가 영면했다.
그의 가족들은 미초타키스 전 총리가 지난 29일 아침(현지시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향년 98세.
1918년 크레타 섬에서 출생한 변호사 출신의 미초타키스 전 총리는 1946년 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004년 정계를 떠날 때까지 반 세기 넘게 경제 장관, 외교 장관, 총리를 두루 지내며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군사 쿠데타로 그리스에 군정이 들어선 1967∼1974년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한 시기를 제외하면 정계를 떠날 때까지 의원직을 유지, 그리스의 최장수 의원의 기록도 갖고 있다.
아버지 부시인 조지 W.부시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주의 세력이 강한 그리스에서 몇 안 되는 친미 정치인으로 분류되던 그는 장관과 총리 재임 시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 친화적인 개혁 작업과 재정 감축을 밀어붙여 반대파와 노동자들로부터 '드라큘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10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긴축에 돌입하자 "내 정책이 일찍 채택됐으면 그리스는 오늘의 위기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미초타키스 전 총리가 1984∼1993년 당수를 지낸 중도 우파인 신민당은 작년부터 그의 아들인 키리아코스가 이끌고 있다. 딸 도라 역시 아테네 시장, 외교 장관을 역임하는 등 그의 집안은 정치 명문가로도 이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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