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와 통화 의미 주목…한일 역사-안보협력 병행 기조 확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30일 전화 협의는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와 대일 외교 구상을 피력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 말씀대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고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할 시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이후 '대북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핵 해결을 위해 대화와 제재·압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고, 취임후 세차례 있었던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때도 정부 성명에는 제재·압박 강화라는 표현이 명확히 들어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제재·압박 강화를 언급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과 내달 한미정상회담을 의식한 측면이 커 보인다.
'당분간 제재·압박, 궁극적으로는 협상'이라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이 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기조와 큰 틀에서 일치한다.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의 완전한 실전배치를 향해 옆 뒤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곧바로 개선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 일단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엿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며 제재와 압박은 수단일 뿐,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통화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과 한일간 안보 협력은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기조를 보여준 것이다.
한일관계가 위안부 합의의 처리 문제를 놓고 미묘한 상황이지만 북한의 도발이라는 중요한 안보 현안 앞에서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통화에 내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도 총리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가길 바라고, 특사를 보내주면 만나서 직접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일본의 특사 파견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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