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고 "국제협력 대신 최강자 권리 앞세워 정치협박"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사회민주당의 마르틴 슐츠 당수 겸 총리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비확장 요구에 굴복해선 안 된다"면서 트럼프의 대외정책 기조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슐츠 당수는 30일(현지시간)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기고문을 통해 "미국 대통령은 국제 협력에 의존하지 않고 고립주의와 최강자의 권리를 추구한다"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은 단순히 자유무역 원칙의 공격일 뿐 아니라 어렵사리 합의된 파리기후변화대응협약과의 결별이요, 유엔 파괴이자 국제외교를 대신하는 정치 협박"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유럽은 현실주의적 태도와 자기확신을 가지고서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 맞대응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우리 유럽인은 트럼프의 군비확장 논리에 굴복해선 안 된다. 우리는 공평한 세계화를 만든다는 목표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군비확장 논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것이나, 그가 첫 해외방문국으로 선택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무기판매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 등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슐츠 당수는 또, 오는 7월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에 맞서 모든 정상이 파리기후변화대응협약을 방어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약을 두고) 폐지와 재협상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는데 "이는 재앙적인 신호"라고도 주장했다.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슐츠 당수는 애초 중도좌파 색깔의 정당 최고지도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외교노선 전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고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에선 특히, 최근 나토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회원국 정상 간 심각한 이견이 노출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의견 표출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감이 있는 이들의 비중이 큰 독일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반(反) 트럼프 선명성 대결' 같은 인상도 주고 있다.
사민당의 라이벌 정당이지만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는 기독민주당의 당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앞서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 '맥주 파티' 정당 행사에서 "남들(주로 미국 트럼프 정부 겨냥)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나갔다"라고 말해 큰 반향을 가져왔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이 서방 세계를 약화한다고 비난했던 사민당 전 당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지금 미국과 독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현재의 갈등보다 더 오래되고 더 크다"라면서 앞으로 좋은 관계로 되돌아오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메르켈의 '맥주 파티' 정당 행사 발언과 트럼프의 트윗 정치를 싸잡아 겨냥해 "(중요한) 일들을 별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면서 "맥주와 트위터를 왔다 갔다 하며 (이런 중요한 주제에 관해) 소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하며 틈새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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