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급 비행체 첫 요격 성공…ICBM 개발에 명운 건 北에 '비보'
북핵 폐기 협상서 '억지력 카드' 추가…MD 체계 확산에도 도움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총알로 총알을 맞췄다(Bullet hit a bullet)"
말 그대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총알에 비슷한 크기의 총알을 날려 맞히는 역사적인 실험이 성공으로 끝났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은 30일(현지시간)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의 속도로 날아가는 비행체를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ㆍGround-based Interceptor)로 맞춰 떨어뜨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1999년 이후 지금까지 17차례나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지만, ICBM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거 실험의 성공 확률도 그리 좋지 않았다. 17차례 중 9차례만 요격에 성공해 절반이 조금 넘는 성공률을 보였다.
게다가 이번엔 처음으로 대기권 밖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거리 로켓격인 ICBM을 쏘아 맞히는 실험이어서 미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의 긴장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이라고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ICBM에 대한 첫 요격 실험은 연일 미 본토의 서쪽 지역을 얼마든지 ICBM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호언하는 북한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안보 담당자들은 최근 들어 북한의 ICBM을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고,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만 세 차례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정도로 ICBM 개발에 가속페달을 밟아왔다.
따라서 만약 이번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북한이 내놓을 반응은 미국 입장에선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었다.
또 미국이 지금껏 자랑해온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신뢰성이 추락하는 것은 물론, 최근 한국에서 배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속 추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위험 부담이 적지 않았다.
미국 입장에선 다행히 이번 ICBM 요격 실험이 성공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북한의 ICBM 도발에 제동을 걸 안전장치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앞으로 몇 차례의 추가 요격 실험을 통해 확률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ICBM 역시 모든 '방패'를 뚫을 '창'은 아니라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만 해도 북한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상당한 '억지력(deterrence) 카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요격 실험은 성공은 또 사드를 비롯한 MD 체계를 세계적으로 확대하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실현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ICBM급 비행체를 명중시킨 GBI는 3단계로 이뤄진 미국의 본토 방어용 MD 체계에서 중간 단계인 두 번째 관문을 맡는다
1차 관문인 태평양 해상의 이지스함에서 SM-3 미사일이 적의 ICBM을 격추하는 데 실패하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GBI를 발사해 첫 관문을 살아 넘어온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전에 요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만약 GBI마저 ICBM을 무사 통과시키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패트리엇 미사일이 마지막 3단계에서 ICBM을 요격한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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