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기준으로 통제…개인정보 통제 장치도 없어 위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4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강용주(55)씨가 보안관찰법상 신고의무 조항이 위헌임을 가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씨의 변호인은 지난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에게 보안관찰법 신고의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대상 조항은 보안관찰 대상자에게 관할 경찰서에 여행지, 주요 활동사항 등을 3개월마다 신고하고 거주지를 옮길 이유를 신고하도록 규정한 보안관찰법 제18조 2항, 4항과 이에 따른 처벌 조항이다.
변호인은 신청서에서 "보안관찰법은 (국가가) 자의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사상범의 내심의 자유와 일상을 영속적으로 통제하도록 허용한다"며 "보호관찰 대상자에게 사생활에 추상적이며 광범위한 신고의무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누구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는지 아무런 기준이나 통제 장치도 없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조 판사가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날 때까지 중단된다. 반면 신청을 기각하면 강씨는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고, 이 경우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됐던 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별사면으로 1999년 2월 풀려났다.
강씨는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보안관찰 처분 대상으로 삼는다'는 보안관찰법에 따라 보안관찰 대상자가 됐지만, 개인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법률이라며 신고의무 이행을 거부했다.
이후 그는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신고의무를 계속 위반해 올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의 두 번째 공판은 이날 오후 3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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