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한지붕 두가족' 불가피…무기계약직 처우 개선 10월 논의
서울메트로 본사 임대 백지화…통합 효과로 재정 적자 메우기엔 역부족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을 운영하던 두 공사가 '한 몸'으로통합하면서 세계 3∼4위권의 '공룡' 지하철 운영기관이 탄생했다.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화학적 결합을 전제로 한 '장밋빛 일색'인 전망에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정식 출범한 서울교통공사는 인력 1만 5천674명에 자본금 21조 5천억원의 국내 1위 지방공기업이자 1위 지하철 운영기관이다.
일평균 수송객 680만명, 운영 역수 277역, 노선 총연장 300㎞, 보유 차량 3천571량에 이른다.
특히 일평균 수송객을 기준으로 볼 때 뉴욕 565만명·파리 418만명보다도 많은 수치며, 총연장을 따지면 파리 214㎞·홍콩 220㎞보다도 길다. 이에 따라 일평균 수송객과 운영 역수는 세계 3위, 총연장과 보유 차량으로는 세계 4위를 자랑하게 됐다.
시는 기관별·호선별로 제각각인 각종 시설, 장비, 부품 등을 표준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또 콜센터와 유실물 센터를 통합 운영하고, 대표 번호를 '1577-1234'로 합쳐 시민 불편을 재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로 출범한 '거대 조직'이 당분간 '한지붕 두 가족'이 불가피해 실제 시너지 효과를 빚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가 공사 출범에 따른 주요 추진과제 7개를 제시한 가운데 그 첫 번째가 '단기간 내 조직의 화학적 융합 실현'인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우선 기존 1∼4호선과 5∼8호선 노선과 회사별로 따로 이뤄지던 관제 시스템도 당분간은 그대로 유지된다.
1∼4호선은 신규 도입된 2호선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ATS(열차 자동 정지 장치·수동 운전) 시스템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5∼8호선은 ATO(자동열차운전) 체계를 따르는 등 신호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는 추후 2022년에 가서야 일종의 '안전 통합 콘트롤타워'인 스마트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제를 따로 해도 운영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한 곳에서 모니터링하기 위해 통합 관제 시스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두 공기업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인적 결합'도 과제다.
통합 과정에서 3개 노조가 평균 74.4%에 달하는 찬성표를 던졌다지만, 워낙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통합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서울교통공사 조직을 구상하면서 서울메트로 12개, 서울도시철도공사 14개 등 총 26개의 기술센터를 두고 산하에 기술 분야 현장 조직을 두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기술센터가 있던 서울도시철도공사 외에 서울메트로 측 기술 인력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들은 '직종 간 전문성이 사라져 안전에 해가 된다'며 서울시청과 서울시의회 앞에서 피켓 시위도 펼쳤다.
시는 결국 우선 동작역에 시범적으로 기술센터 1곳만 설치하고, 옛 서울메트로 조직에 설치하려던 나머지 기술센터 11개는 추후 확대하기로 타협했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분야 비정규직 직원들이 무기계약직 '업무직' 형태로 직고용됐지만, 정규직 '일반직'과 남은 간극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는 지난해 구의역 사고 후속대책으로 제2의 '김군'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스크린도어(PSD) 유지 보수, 역무지원, 전동차 검수지원, 모타카·철도장비 등 4개 분야의 근로자 141명(올해 1월기준)을 서울메트로가 직접 고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이들 안전업무직의 초임 보수는 연평균 3천155만원(평균 2.7호봉 기준)으로, 민간위탁 당시 2천322만원보다 35.9%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그에 합당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더 과감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시는 안전업무직 문제를 일반직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10월께 다룬다는 입장이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 무기계약직과 일반직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경우는 없애야 하지만, 실제 업무 성격이 무기계약직과 일반직 가운데 어떤 형태가 맞는지 따져본다는 기본 원칙을 정했다.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안전업무직의 성격을 따져봐서 일반직이라는 결론이 나면 일반직으로 할 것이고, 무기계약직으로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수 등 차별적 요소를 없앤 뒤 노사정이 협의해 처우개선의 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일색'인 재정 분야 전망도 실제로 이 같은 효과를 내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는 이번 통합공사 출범으로 4년간 1천29명을 감축, 인건비를 절감하고 중복 예산 등을 조정해 10년간 총 2천949억원·연간 295억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또 경비 절감 등으로 통합에 드는 비용을 빼고서도 10년간 총 2천263억원, 연간 226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연 200억원대 수준으로는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지하철 부문 적자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
윤 도시교통본부장은 "연 3천억∼4천억원 재정적자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연간 약 230억원이라는 금액이 적지는 않기 때문에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무임수송과 관련된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적자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올 초 지하철 공사 통합 계획을 발표할 때 내걸었던 서울메트로 본사 임대와 그로 인한 연 37억원의 수익은 백지화됐다. 대신 8개 기술사업소를 하나로 모아 놓아 협업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메트로 본사 임대를 하지 않는 대신 직원을 위한 후생동 4곳 신설도 하지 않기로 노사정 차원에서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당초 계획에서 밝힌 경제적 효과에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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