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학교 건립 갈등…아파트 분양 차질

입력 2017-05-31 10:20   수정 2017-05-31 14:05

끝나지 않은 학교 건립 갈등…아파트 분양 차질

시흥 장현지구, 주택 가구 수 부족으로 학교 건립 지연

건설사 "분양 차질로 금융비용 가중"…교육지원청 "주민 보호 위해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경기도 시흥 장현공공주택지구에서 분양을 앞둔 A건설사. 이 회사는 당초 이달 중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학교 건립 문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분양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 시흥교육지원청이 당장 사업추진 일정이 잡힌 아파트의 공급 가구 수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건립을 제때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A건설사는 "그동안 택지개발사업에서 교육청과 LH가 학교 용지 확보와 학교 건립 비용을 누가 분담할 것인지를 놓고 주택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는 많았는데 이번엔 건립 가구 수를 문제 삼으니 대책이 없다"며 "분양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금융비용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소송전으로 확대됐던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의 학교 건립 문제가 지난달 양측의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학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산업, 제일건설, 대영아이에스디 등 3개 회사는 이달 말 시흥 장현공공주택지구 B구역에서 총 2천308가구의 아파트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불발됐다.

택지개발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올해 7월부터 토지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해당 공동주택용지를 사들였는데, 인허가 진행 과정에서 학교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토지사용 시기 한두 달 전부터 토지 잔금을 완납하고 아파트 분양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가 지금 분양될 경우 2019년 하반기에 입주가 시작되는데 시흥교육지원청은 그때까지 학교를 지어 개교할 수 없다고 주택사업 인허가 기관인 시흥시에 통보했다.

학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파트 건립 인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사업계획승인 절차도 중단된 상태다.

시흥교육지원청은 이들 3개 아파트 2천300여가구로는 계획보다 가구 수가 부족해 학교설립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 학교 건립 심의를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흥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장현지구 통합계획 수립 시 주변 학교 여건 등을 고려해 주택 6천가구당 초등학교 1개를 설립하기로 계획돼 있는 곳"이라며 "학교 건립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최소 4천가구는 분양일정이 수립돼 있어야 하는데 이들 3개 블록 사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가 입주했는데 학생이 없어 학교가 개교를 못하는 경우 입주민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멀리 통학할 수 있는 학교도 마땅치 않아 현재 상태로는 심의를 올려도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흥교육지원청은 올해 말 열리는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학교 건립이 확정되더라도 일러야 2020년 9월 이후 개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이 개교에 맞춰 아파트를 준공하려면 사업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되는 셈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사업계획 차질로 금융비용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지연되면 계약금이 들어오지 않아 중도금 2차분을 회사가 부담해야 하고 이자 부담도 커진다"며 "금리가 1%만 인상돼도 약 2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가 발생하고 7월 분양을 못할 경우 PF 조건도 재협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주택경기가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데 사업이 지연되면 분양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건설사 임원은 "1천억원이 넘는 땅을 사들였는데 결과적으로 당장 먹을 수 없는 사과를 산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택지개발을 하면서 LH와 교육청이 사전에 아파트 분양일정과 학교 문제를 완벽하게 조율했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서 피해는 건설사들이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LH와 건설사들은 해당 구역에 뉴스테이 826가구 건설이 예정돼 있고 LH가 일부 다른 블록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다음 달 서둘러 토지 매각에 나서기로 한 만큼 학교 건립을 승인해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흥교육지원청은 그러나 "해당 뉴스테이는 연내 분양이 어렵고 LH가 건설사 매각할 부지도 언제 분양 계획이 잡힐지 알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되풀이되는 학교 건립 문제에 해결책이 없다며 답답해 한다. 교육청과 LH는 지난달 말 공공택지지구 등 개발사업에서 학교용지 무상공급 및 부담금 부과·징수와 관련한 법적 분쟁을 끝내는 상생 협약식을 해 학교 문제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시흥 장현지구 외에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학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지난달 국회와 국토교통부, 경기도, 교육청 등에 시흥 장현지구 학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달라며 건의문을 제출했다.

협회 김동수 실장은 "아파트 분양이 지연되면 기다리는 수요자들도 내 집 마련에 차질이 발생한다"며 "공공택지에서 학교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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