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에서 녹색당(Green Party)이 정치사상 처음으로 정부를 교체하는 정치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녹색당은 29일(현지시간) 지난 9일 실시된 주 의회 선거에서 3석을 확보해 야당인 신민주당(NDP)과 연대, 16년 만에 BC자유당 정부를 교체했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부재자 투표와 일부 선거구의 재검표를 완료한 뒤 1석이던 주 의회 의석수를 3석으로 늘리면서 전체 87개 의석 중 과반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개표 결과 지난 2001년부터 4기 연임 주 정부를 맡았던 BC자유당이 과반 다수에 1석 부족한 43석을, 야당인 NDP가 41석을 얻은 것으로 확정돼 단독 정부 구성을 할 수 없게 됐고 두 당은 녹색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녹색당과 NDP는 이날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인 끝에 정책 협약을 체결해 NDP의 소수 정부 출범에 합의하고 NDP의 예산안 지지를 포함해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연대 및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임 BC자유당 정부가 추진해 온 킨더모건 송유관 건설과 대형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 위기에 놓여 논란을 빚게 됐고, 기업과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 제한 및 비례대표제 도입 등 주요 정치 개혁 사안들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킨더모건 송유관 건설 사업은 앨버타 주 석유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서부 태평양 연안으로 수송하는 BC 주 핵심 프로젝트로 쥐스탱 트뤼도 연방 정부의 지원 아래 추진돼 왔고 이웃 앨버타 주의 숙원 사업이기도 해 이를 취소하면 논란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녹색당은 NDP 정부 내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으며 예산안과 이날 합의한 주요 정책 외에 나머지 사안들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의정 활동을 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정계의 지역 정당이지만 녹색당이 정치 무대에서 정부 담당 정파를 결정하는 핵심 세력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캐나다 중앙 정계에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임 BC자유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이 지역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으며 이번에 5기 연임을 노렸다. 그러나 장기집권에 따른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정치자금 기부를 독점하는 등 대기업과 유착된 기득권 정당이라는 이미지로 단독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특히 최근 수 년 사이 주택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좌절이 깊어진 가운데 건설 및 시공업체의 기부금을 독식해 온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샀다.
BC자유당의 크리스티 클라크 주 총리는 이날 주 총리직 사임을 거부하고 다음달에 의회를 소집해 신임 투표를 실시, 정부를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과 NDP의 연대 합의에 따라 클라크 주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는 부결이 확실시되며 이에 따라 BC주는 두 야당이 이끌어가는 소수 정부가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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