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수준보다 미달…어민들 "어획량 증가 체감 어려워"
(연평도=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지난달 30일 찾은 서해 최대 꽃게 산지인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선착장은 어민들의 꽃게 손질 작업으로 분주했다.
9t짜리 어선이 꽃게가 걸린 그물 4개를 하나씩 포크레인으로 들어 육지로 조심스레 옮기자 어민들이 몰려들었다.
어민들은 저마다 작은 주머니칼을 하나씩 쥐고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 손질하기에 바빴다. 이 어선이 잡은 꽃게는 1.25∼1.5t 정도.
꽃게를 손질하던 어민 차재근(44)씨는 "이 정도면 꽃게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게 잡힌 것"이라며 "6월이 꽃게가 가장 많이 잡힐 시기이긴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어획량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오후 5시께 당섬 부두에는 이 한 척만이 입항했다. 봄어기가 되면 부두가 꽃게 손질을 하는 어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대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소연평도와 대연평도에서 만난 다른 어민들도 '꽃게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어획량이 작년보다는 늘었지만, 평년 수준보다 크게 못 미치는 어획량을 어민들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봄어기의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9만7천325kg으로 지난해(4∼5월) 4만7천952kg보다 배나 증가했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올해 어획량이 늘긴 했지만 지난해 어획량이 워낙 형편없었다"며 "평년 봄어기 어획량에 비하면 올해는 한참 적은 수준이고 위판 물량도 거의 없어 주민들이 그렇게 체감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꽃게의 봄어기 어획량은 2013년 14만1천864kg, 2014년 33만1천496kg, 2015년 14만9천995kg이다. 어획량이 가장 적었던 2013년에도 올해보다는 1.5배가량 많았다.
이날 당섬 부두에는 오후 6시가 넘도록 다른 꽃게잡이 어선은 한 척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민들은 꽃게 어획량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꽃게 손질을 하던 한 어민은 "꽃게가 없는데 뭐 배가 들어올 게 있나…"라며 "원래는 이 부두가 꽃게 그물로 새카맣게 뒤덮였어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정규윤 소연평 어촌계장은 "예년과 비교하면 꽃게가 거의 잡히지 않는 수준"이라며 "하루 평균 한 척당 1.5t 정도를 잡아야 하는데 나흘 내지 열흘에 1.5t을 잡는 배도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나마 올해 꽃게 어획량이 다소 늘어난 것은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출범하고, 지난해 서해 지역의 꽃게 유생(어린 꽃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에 따르면 지난달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조업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58척으로, 지난해 5월 277척보다 약 79% 감소했다.
특히 연평도 북방 해역에서는 지난달 11일 이후 불법 중국어선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작년 서해에서 어린 꽃게의 밀도가 높아진 것도 어획량 증가 요인이다.
서해수산연구소 김맹진 연구사는 "지난해에는 적정한 산란 수온이 유지되고 비가 평년보다 많이 오면서 바닷물의 영양분이나 플랑크톤이 풍부해졌다"며 "이 때문에 작년에 조사한 어린 꽃게의 밀도가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 꽃게가 늘면 다음 해 봄어기 꽃게 어획량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게 돼 올해 어획량이 약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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