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구이 과학자 70%는 '구이하이' 희망…中 연구풍토에 실망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과학계 여신' 옌닝(顔寧·40) 칭화(淸華)대 교수의 미국 복귀 사태로 해외유학을 마치고 중국에 돌아오는 '하이구이'(海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중국과학원과 공동으로 중국 내 30∼40대 과학연구 인력 1천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년 내 해외로 나가 연구활동을 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 156명(14.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기업이나 다른 연구소로 옮길 생각을 하는 과학자도 19.7%에 달했다.
특히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46.0%의 설문 응답자들도 재차 출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돈'이나 '간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력 축적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로 다시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싱크탱크인 '중국과 세계화 센터'의 2015년 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으로 돌아온 과학자 중 70%가량이 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중국 과학계의 연구환경 풍토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대우가 좋지 않아 혁신 연구에 적극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항목에 76.9%가 "그렇다"고 답했고, 집중이 어려운 어수선한 분위기(68.2%), 연구비 분배 불합리(61.5%), 독립적 연구공간 부족(55.5%), 평가 기준 불합리(50.8%)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들이 과학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에서도 "'조국'의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12.2%에 불과했다. 애국심에 호소해왔던 과학계 풍토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자신의 관심에 따른 자연적인 선택'이라는 응답이 62.5%로 가장 많았고 더 좋은 직업이 없어서(18.6%), 부모와 선생님의 추천(6.8%)이 뒤를 이었다.
중국과학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외에서 국내 인재를 발굴해 영입하는 사례가 옌 교수 한 개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앞으로 구이하이(歸海·해외 복귀)가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30세에 프린스턴대 박사후 과정을 마친 후 중국에 귀국했던 옌 교수는 최근 10년간의 중국 생활을 접고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정 교수를 맡기로 하자 중국 과학계에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해외에서 학위를 딴 고급인재들을 상대로 애국심에 호소하고 파격적 연봉을 제공하는 다양한 수단으로 인재를 유치해왔다. 이런 '하이구이'는 1949년부터 26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해외연구를 검토 중인 156명의 청년과학자 가운데 해외 경력을 가진 이가 21.2%에 불과했다는 점은 여전히 중국 과학계에 '하이구이'가 환영을 받고 주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해외연구를 고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부연구원이나 보조연구원 직급 중에서는 48.7%, 33.3%가 해외연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소재공학을 전공한 한 연구원은 "하이구이 경험은 중국에서 여전히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어느 연구조직에서도 하이구이는 환영받는다. 국외 박사학위 취득자라야 고급 연구원으로 승진하고 독립적 연구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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