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문화재청 '뒷북 조사'…"등록문화재 대상에서 누락돼 몰랐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시 중구의 근대건축물이 역사적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채 주차장 조성을 이유로 철거됐다.
31일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중구는 송월동 일대 터 2천㎡에 있던 근대건축물 6개를 30일 모두 허물었다.
1902년에 건립된 붉은 벽돌의 건물 3개는 세제·비누제조업체인 '애경'의 모기업이 1912년에 비누공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이들 건물이 인천지역 '공단의 시초'로서 가치가 있다"며 철거계획 철회와 학술조사 진행을 관할 중구에 촉구했다.
그러나 중구는 이들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보존 명분이 없다"며 철거를 강행했다.
인천시가 30일 문화재청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가늠해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철거가 상당 부분 이뤄진 뒤였다.
시민단체들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문화적 행정을 일삼고 있다며 반발했다.
20여 개 시민단체는 이날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이들 건물에 대한 조사를 인천시에 의뢰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구와 인천시를 규탄하기도 했다.
시는 문화재 보호법 개정에 따라 등록문화재를 추가하고자 용역조사를 했지만, 이들 건물이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어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들 건물은 등록문화재 추진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시와 문화재청 모두 상황을 알 수 없었다"며 "뒤늦게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대부분 철거가 돼 있었다. 우선 중구에 공사중지를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중구의 한 관계자는 "주차장 건설 추진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주차장 건립은 주민들의 바라는 숙원사업이다. 이들 건물 임대사업자에게 보상도 하고 용지도 매입한 상태라서 사업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에는 자장면을 최초로 개발·판매한 곳으로 알려진 '공화춘'과 우리나라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하던 '일본우선주식회사' 등 7곳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이 중 6곳이 중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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