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대만이 미국의 고성능 무기 구매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한편 대미관계 복원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대만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전날 대만을 방문중인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의원과 만나 "미국의 무기판매와 관련해 미국과 더욱 심도있는 협상과 토론을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대만에 공대지 미사일 AGM-88 HARM, 합동 원거리 유도폭탄 AGM-154 JSOW, 전투기 부품 등 10억 달러(1조1천214억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키로 했으나 이 최종 결정을 트럼프 행정부로 넘겼다.
차이 총통은 대만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대만관계법', '6항보증'(六項保證) 등을 기반으로 대만에 대한 공동 방위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대만관계법은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후 대만과 비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법이고, 6항보증은 1982년 미국의 대만 지원에 대한 묵계로 중국의 대(對) 대만 압박이 계속되는 한 무기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6가지 약속을 말한다.
차이 총통은 또 가드너 의원에게 미국 정부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길 원한다는 뜻도 전했다.
가드너 의원은 미국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존스홉킨스대학 세미나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향후 수십년 간 아시아에서 지도적 지위를 굳힐 '아시아 재보증 이니셔티브 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를 제안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대만에 신규 무기판매를 허용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대만은 최근 중국군의 침공을 가정한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훈련을 실시했으며,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대만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라라고 정상회담'을 한 이후 미중 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공조' 흐름을 보이고 있어 대만의 미제 무기 구입 시도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근래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의 민감성과 위험성을 잘 인식하기 바란다"며 "대만 무기판매 계획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장덩지(張登及) 대만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가드너 의원의 발의 법안에 대해서도 "미국 의회가 과거에도 유사한 법안을 내놓은 적 있으나 행정부로 넘어가면서 구속력 없는 결의안으로 변한 적이 많았던 만큼 입법화 가능성은 낮다"며 "이 법안 역시 중국과의 거래용 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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