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 추모 발길…'초인종 의인'까지 48명 안장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005년 여름 초등학생 변지찬 군은 충남 당진시 외가 근처로 물놀이를 갔다가 하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친구를 발견했다.
변 군은 형의 만류에도 지체 없이 물속에 뛰어들어 친구를 구하려 했으나,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나이 여덟 살 때였다.
심경철 씨는 26세였던 2001년 1월 경남 거제시 인근 해상 유조선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위험에 빠진 여성 실습생 2명에게 구명기구를 던졌다.
망망대해에서 정작 자신은 의지할 것이 없었으나 선택은 단호했다.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는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숨지거나 다친 48명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 묘역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을 거쳐 지난 2007년 대전현충원에 조성됐다.
의사상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예우하기 위해서다.
정부로부터 의사자로 인정된 사람이나 의상자로 인정됐다가 나중에 숨진 이들이 안장된다.
첫 안장자는 채종민 씨다. 35세였던 2006년 7월 전남 진도군 서망해수욕장에서 파도에 떠밀려가던 초등학생을 구하고서 숨졌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이들을 돕다가 희생한 이들도 있다.
지난 2009년 8월 황지영(당시 21) 씨와 금나래(당시 22) 씨는 함께 차를 타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나던 중 충남 서천 나들목 부근에서 다른 차량의 중앙분리대 충격 사고를 목격했다.
두 사람은 1차로에 정차한 사고 차량 옆에서 수신호를 하며 구조 작업을 돕다 뒤따라 오던 차량에 치여 함께 숨졌다.
이들은 이듬해 '올해의 시민 영웅상'을 받기도 했다.
기억을 조금만 더듬으면 떠오르는 인물도 있다.
안치범 씨는 지난해 9월 9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한 원룸 빌라에 불이 나자 119에 신고한 뒤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집집이 초인종을 누르며 이웃을 깨워 대피시키던 그는 결국 연기에 질식해 유명을 달리했다. 28세 때였다.
'초인종 의인' 안 씨의 희생정신은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많은 울림을 줬다.
그의 유해는 지난 3월 현충원에 안장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조난한 동료를 구하려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전재규 씨, 급류에 휩쓸린 일가족과 낚시꾼을 구하고 숨진 유현상 씨, 여직원을 위협하던 흉기 강도에 맞서 싸운 도현우 씨도 이곳에 있다.
대전현충원 관계자는 1일 "현충일을 앞두고 의사상자 묘역을 찾는 참배객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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