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금호타이어 상표권료 우리도 받아야"

금호석화 "금호타이어 상표권료 우리도 받아야"

박삼구-찬구 형제갈등 재점화 조짐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성혜미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될 경우 '금호' 상표권 지분 50%에 대한 사용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를 둘러싸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31일 "더블스타 매각을 전제로 한 상표권 사용 협상에 산업은행이 요청할 경우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건이 맞는다면 더블스타에 상표권 사용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석화는 이미 이러한 입장을 금호타이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구두로 전달했다.

금호석화는 산은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앉아 금호 상표권 사용료율과 기간 등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는 그동안 연간 매출액의 0.2%, 약 60억원을 상표권 사용료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에 지급했으며, 매년 1년 단위로 상표권 사용 계약을 갱신했다.

금호석화는 상표권 지분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절반씩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대로 가족경영을 해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으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등을 돌렸다.

이전까지 금호석화는 금호산업에 상표권료를 지급했으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된 뒤 금호석화는 공동 소유권을 주장하며 상표권료를 내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번졌다.

1심 재판부는 공동 소유권을 인정했다. 이에 금호산업이 항소했으며 2심 재판부의 조정절차 권유를 받아들여 현재 양측은 조정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 8월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 측을 상대로 한 소송·고소를 모두 취하하기로 할 당시, 양측은 상표권 문제와 관련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석화로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고, 제3자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가진다면 상표권 사용료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더블스타에 상표권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조건을 전제로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락할 의사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금호산업이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상표권 사용료를 포기한다면 '경영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 금호산업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12억원이다. 이에 비교하면 상표권 사용료 6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채권 만기 연장이라는 카드로 더블스타의 금호상표권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박삼구 회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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