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문관이다"…전직검사가 그린 검찰개혁의 밑그림

입력 2017-05-31 16:28  

"검사는 문관이다"…전직검사가 그린 검찰개혁의 밑그림

'PD수첩 검사' 임수빈 변호사 '검사는 문관이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실력 있는 검사는 검찰 주변에서 '칼잡이'로 불린다. '조사한다'는 의미인 검사의 검(檢)을 '칼'을 뜻하는 검(劍)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여기엔 '부정부패 척결의 보루'라는 자긍심과 '베지 않으면 베인다'는 검사(劍士)의 비장함 같은 것이 담긴 듯하다. 하지만 검사들이 갖는 이런 자아상은 검찰 바깥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

'PD수첩 검사'로 알려진 임수빈 변호사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첫 저서 '검사는 문관이다'(스리체어스 펴냄)에서 "검사는 무관(武官)이 아니라 문관(文官)"이라고 지적한다.

임 변호사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헛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돼 수사를 받은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기소 지시를 거부한 뒤 검찰을 떠났다.

그의 지적에는 검찰을 공공연한 개혁 대상으로 만든 여러 요인이 수사나 제도상의 오류만이 아니라, 검찰 조직 내부와 검사 개개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릇된 자아상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렸다.

저자는 '검찰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무오류성에 집착하는 검사들의 고정관념을 파헤친다.

이 같은 관념은 과거 검사가 인신구속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고, 검사가 작성한 조서 중심으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등 검사가 절대적 권능을 가진 수사의 주재자 역할을 하던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시는 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무죄 선고율이 0.1%에 불과해 검사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행이 수십 년째 지속하면서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동안 검사들은 성찰하는 법을 잊은 채 독선적인 조직 논리 속에 빠져들게 됐다는 것이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불구속 수사원칙이 명문화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의무화되는 등 사법제도의 변화와 함께 검찰의 위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를 천명하면서 검사의 조서가 갖는 효력도 예전보다 약화했다.

하지만 검사들의 자아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는 공명심, 성과주의와 결합하면서 스스로 정했건 상부의 지시를 받았건 한번 정한 타깃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독단과 이를 정의라 여기는 독선을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범죄 혐의를 발견해 죄를 처벌하기보다 특정한 사람의 죄를 짜내 처벌하는 '표적수사', 본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빌미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타건압박수사', 공공연히 망신을 줘 압박하는 '피의사실 공표', 피의자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방해하는 '피의자 면담' 등 도마 위에 오른 검찰의 불법·편법 수사의 뿌리로 본다.

저자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해법으로 검찰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해 사법부의 양형기준제와 유사한 '기소기준제'를 도입하고 '검찰시민위원회'를 법제화할 것 등을 제안한다.

그는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이 실체적 진실의 규명보다 더 상위의 개념"이라는 사실을 검사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176쪽. 1만2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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