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상반된 태도 모순점 지적…"佛도 무역흑자에 NATO 분담금도 적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무역 흑자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하며 유럽국가 중 유독 독일에만 맹공을 퍼붓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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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상당한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며 무역흑자를 걸고넘어지며 '독일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의 방침에 모순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국가들과 관계회복을 노리며 내세웠던 "프랑스는 처벌하고, 독일은 무시하고, 러시아는 용서하라"라는 외교방침을 소개하며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트럼프의 상반된 태도는 "독일은 처벌하고, 프랑스는 무시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나토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 미만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양국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천지 차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이 유로화 환율을 조작해 독일 제품들의 경쟁력을 높여 미국을 상대로 거대한 무역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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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 순방 중 장-클로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 "독일인들은 아주 못됐다"라고 비판했다.
또 30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독일에 대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고, 게다가 독일은 나토와 국방비 측면에서 마땅히 내야 할 것보다 훨씬 적은 몫을 내고 있다"는 글을 올리며 공격을 이어갔다.
NYT는 애초 무역문제로 반목했던 양국이 나토 방위금 분담금과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이견을 노출하면서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8일 뮌헨에서 열린 총선 유세에서 "다른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선언하며 미국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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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메르켈 총리와 다른 친밀한 감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처음 만나 손을 강하게 맞잡고 긴 시간 악수를 했다.
또 "놀라운 선거운동 끝에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전 세계가 당신의 대선 승리를 얘기하고 있다"며 칭찬을 늘어놓았고, 프랑스 대선 당시 마린 르펜 전 국민전선(FN) 대표를 지지했던 것을 잊은 듯 마크롱에게 '당신이 내 사람(You were my guy)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독 독일만 걸고넘어지는 트럼프의 태도에는 그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편견과 독일과의 관계를 왜곡해서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존 콘블럼은 NYT에 트럼프의 태도는 "EU와의 사업거래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이지 못한 데 대한 분노, 나토와 무역에 관해 미국 정계에 갖고 있었던 폭넓은 편견, 독일의 대미무역흑자가 미국인의 실업과 환율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트럼프 경제 보좌관들이 믿음이 합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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