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 박차…환자 개인정보 보호 등 법률 정비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국내 의료기관과 정보기술(IT)업계의 인공지능(AI) 분야 공동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업계가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시작한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나오지만, 구글·IBM 등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 쉽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3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디엔에이링크 등 IT·헬스케어 업체들과 한국형 AI 개발과 관련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은 한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토피·심혈관질환·당뇨병·천식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환자가 손쉽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고려대의료원은 지난달 SK텔레콤과 협약을 맺고 AI·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활용한 지능형 병원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양측은 단기과제로 ▲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료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 및 의료정보 학습 ▲ 사물인터넷 기반의 환자 편의 서비스 도입 ▲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접목해 수술 상황 및 의견을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 등을 선정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IT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과 함께 한국형 AI 기반 의료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대형병원이 경쟁적으로 IT업계와 공동 연구에 나서는 목적은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수준 높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구축으로, 미국 등 외국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향후 2년 내 미국 의료기관의 약 35%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이며 5년 내에 이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취업·채용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권희영 씨는 "AI를 통해 앞으로 의료 서비스의 성과가 약 30∼40% 향상되고 치료비용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연구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IT 기반 국내 스타트업과 대형병원이 헬스케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지만, 외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동향을 고려할 때 더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환자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의료계에서 나온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국내 의료기관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데이터를 잘만 활용하면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AI 기반 의료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겠지만, 환자 동의를 일일이 구하기 어렵고, 애써 수집한 자료가 일부 기업에 악용될 소지도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900년대 초 미국 뉴욕의 주요 운송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급격하게 전환된 '패러다임 시프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공지능과 헬스케어의 접목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다"며 "의료기관과 IT업계의 협업이 늘고 있는 현상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정부가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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