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총리를 둘러싼 부패 추문과 유럽연합(EU)의 조세 회피처라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EU의 가장 작은 나라인 지중해 섬나라 몰타가 내달 3일 총선을 치른다.
몰타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내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었으나 부인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지프 무스카트(43)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예정보다 1년가량 총선을 앞당겼다.
2013년 노동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압승한 무스카트 총리는 집권 기간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일궈내며 인기를 누렸으나, 지난 3월 몰타의 유명 블로거가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몰타 회사의 소유주가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라고 폭로하며 궁지에 몰렸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이자 '역외 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았던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문건이다.
무스카트 내각은 작년에도 에너지 장관과 총리의 수석보좌관이 파나마에 비밀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무스카트 총리는 지난 28일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노동당의 대규모 유세에 모인 수 만 명의 지지자에게 부패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대신 "우리는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성취한 것을 잃을 수는 없다"는 말로 최근의 경기 호황을 강조했다. 몰타는 작년에 성장률이 5%에 달한 반면, 실업률은 5%를 밑도는 기록적인 저점으로 떨어졌다.
무스카트 총리는 또 자신의 부인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관됐다는 의혹은 몰타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길 원하는 러시아가 퍼뜨린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견조한 경제를 앞세워 무난히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조기 총선을 요구했으나 부패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지며 야당인 국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몰타 일간 몰타 투데이가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 노동당은 52%의 지지율을 보여 국민당(47%)에 소폭 앞서고 있다. 전체 유권자 25%가량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선거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이먼 버서틸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은 무스카트 총리의 부패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정부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주 간 날선 공방을 벌이던 여야는 몰타의 조세 정책을 방어하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들은 '몰타 파일스'(Malta Files)라고 불리는 문건을 내놓고 몰타가 불투명한 조세 정책으로 EU의 조세 회피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몰타가 명목 세율은 EU의 평균 법인세율인 22%보다 높은 35%로 설정하고 있으나, 각종 세금 환급 정책으로 실제 세율을 5%로 유지, 역내 조세 회피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몰타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 낮은 세율 덕분에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가 금융 서비스와 인터넷 게임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며 "몰타는 숨길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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