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장 완벽한 시작'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수많은 새의 알 중에서 가장 인간에게 친숙한 것은 달걀이다. 노른자를 둘러싼 흰자의 모습, 이것이 달걀의 일반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새를 40년간 연구해온 영국의 조류학자 팀 버케드는 새알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암시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시작'(엠아이디 펴냄)에서 신비한 알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알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원리들이 가득하다. 알껍데기(난각)는 외부의 미생물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동시에 안쪽의 배아가 호흡할 수 있는 신기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알을 품는 부모 새의 무게를 견딜 만큼 튼튼하지만, 새끼 새가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약하기도 하다.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많은 영양소 중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은 난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칼슘이다. 새가 난각을 만들려면 뼈대 전체에 들어있는 양보다 더 많은 칼슘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먹이에서 칼슘을 보충해야 한다.
난각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 암컷은 칼슘을 향한 식욕을 가진다. 그리고 이 식욕은 난각 형성 기간에, 대개는 밤에만 작동한다. 칼슘이 부족한 음식과 칼슘이 풍부한 음식도 구별하는데 이를 어떻게 감지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난각에는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탄산칼슘을 흙에서 없애는 산성비는 난각을 얇게 만든다. 산성비가 많이 내리면서 난각은 예전보다 얇아졌다. 살충제도 난각을 얇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난각에는 공기구멍인 기공이 있다. 알 속에서 새끼가 커가면서 '대사수'라는 물을 만들어내는데 기공을 통해 수증기가 확산하면서 대사수가 제거된다. 새의 종에 따라 알의 크기와 부화 기간, 노른자의 상대적 크기는 모두 다르지만, 알을 낳고 나서 새끼가 깨기까지 잃는 물의 양은 언제나 처음 알 무게의 15% 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제각각인 알 모양도 여전히 수수께끼다. 올빼미과의 알은 원형이지만 두루미나 백로 같은 섭금류의 알은 서양배 모양이다. 알 모양의 차이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난각에 다양한 무늬가 생기는 원리 또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책은 이 밖에도 껍질이 만들어지기 전에 생성되는 흰자와 노른자, 그리고 부화까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알은 수많은 측면에서 완벽하다"고 말한다.
극지방에서 아열대 지방까지 습하거나 건조하고, 깨끗하거나 미생물이 우글거리는 조건에서 둥지를 트거나 트지 않고 체온으로 품거나 그렇지 않은 다양한 상황에서 알을 낳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실제로 완벽해야'만'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소슬기 옮김. 38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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