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중지 중재신청 무력화 의도…사태 더 꼬일듯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놓고 미국 웨스턴디지털(WD)에 대해 타협책이 아닌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정면돌파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1일 보도했다.
자회사로 분리한 도시바메모리 전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동업자 WD가 지분권리를 내세워 제3자 매각에 제동을 걸자, 지난달 31일 도시바메모리의 생산설비 등 주요 자산을 도시바 본사로 다시 이전한 것이다.
모회사로 되돌린 자산에는 도시바와 WD이 공동운영하는 욧카이치공장 조인트벤처(공동출자)회사 주식이 포함됐다.
이는 WD가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지를 신청한 근거인 조인트벤처의 지분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욧카이치공장의 생산설비가 도시바 본사 소유로 바뀌면서 WD가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지분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어졌다는 게 도시바 측의 입장이다.
조치에 따른 복잡한 권리관계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도시바는 이번 조치로 대립중인 WD에 카운터펀치를 날려 향후 교섭을 유리하게 진전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설명한다.
도시바는 이렇게 하면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할 곳을 결정하는 입찰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대항조치에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WD에도 통지, WD의 대응이 주목된다.
도시바와 WD는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주력인 욧카이치공장을 공동운영해왔는데,도시바가 조인트벤처 지분을 도시바메모리에 옮긴 뒤 매각작업을 하자 WD가 매각중지를 요구했다.
도시바는 대립중인 WD의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매각은 틀을 바꾸지 않고 계속할 생각이다. 6월 중순에 매각할 곳을 결정,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에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시바가 5월19일 실시한 2차 입찰에는 ▲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를 축으로 하는 미일연합 ▲ 한국 SK하이닉스 ▲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 미 반도체기업 브로드컴 등 4진영이 응찰했다.
당시 응찰하지 않은 WD는 미일연합 진영에 합류를 모색하고 있지만 교섭은 난항이다.
그런데 도시바메모리 자산을 도시바로 최종 원위치시키면 도시바메모리 매각 가격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도시바메모리는 욧카이치공장 설비를 가진 조인트벤처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인원이나 지적재산만 남게 되어 도시바의 매각 희망 가격인 2조엔(약 20조원) 가치 유지는 불투명해졌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한 뒤 같은 매각처에 조인트벤처 보유주식을 재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상정한다. 이런 사정을 매각처에 설명하면서 매각작업을 하려는 등 과정이 복잡해졌다.
이 경우에는 WD가 다시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매우 뒤엉킨 과정을 풀어가는 작업은 수많은 난관을 동반할 전망이다. 도시바에 거액 융자를 하고 있는 은행단이 이 방안을 지지할지도 변수다.
한편 도시바는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28일 연다고 발표했지만, 감사법인과 의견 차이로 인해 주주에 대한 결산보고는 단념했다. 결산보고는 가을 열릴 임시주총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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