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처리 공장서 유해물질 이산화질소 등 가스 유출
대피 판단 기관마다 '제각각'…재난문자 없어 주민들 '분통'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차근호 기자 = 1일 부산의 한 폐수처리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포함된 노란 가스가 누출돼 일대를 뒤덮으면서 한때 반경 1㎞ 내 주민 2만 명에게 대피를 권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52분께 부산 사상구 덕포동의 한 폐수처리 공장에서 노란색 가스가 누출돼 주변으로 확산했다.
공장 내 80t 규모의 폐수 저장조 안에 있는 슬러지(오니)에서 발생한 이 가스는 공장 건물 틈과 굴뚝을 통해 밖으로 빠르게 퍼졌다.
사고가 발생하자 공장 직원 16명을 포함해 인근 주민 180명은 소방과 경찰, 사상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대피했다.
이들 기관은 사고 직후 한 공장 직원이 "황산을 찌꺼기 위에 투여했는데 노란색 연기가 나며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고 진술하는 것을 듣고 유해 가스인 질소 누출을 우려해 대피 조치를 했다.
가스 누출은 발생 1시간여 만에 대부분 억제됐지만 일부는 간헐적으로 누출되는 상태였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사고 발생 2시간 뒤인 오전 10시께 해당 가스가 유해물질인 이산화질소와 아크릴로나이트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해당 물질은 많이 흡입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소량을 흡입하더라도 구역질이나 두통, 졸림, 설사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피구역을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참여 기관 간 입장을 달리하며 혼선이 빚어졌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부산소방안전본부는 가스 측정결과를 토대로 누출량이 많지 않아 인체에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을 국민안전처에 알렸다. 이때 추가 대피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상구청은 누출량이 적더라도 공기 중에 유해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후 10시 30분부터 반경 1㎞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유 했다.
대피 권유 지역은 삼락동과 덕포 2동으로 각각 6천800명과 1만4천명등 총 2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구는 약 3시간 정도 대피권유를 하다가 오후 1시 30분께 상황을 종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주민 대피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는 해당 지역 주민센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안내 방송을 하고 아파트나 공장지대를 차로 돌거나 전화로 연락을 취하며 대피를 권유했다고 밝혔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한 주민은 "재난 안전문자를 보내거나 공무원이 제대로 연락을 해줬으면 오전 내내 창문을 열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재난안전문자는 국민안전처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보내거나 지자체가 요청하면 사고 발생지역 주변 기지국 주민들에게 뿌려진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추가 대피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어 문자 발송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있는 자연재난과 달리 사회재난(화재, 폭발, 가스누출)의 경우 대피가 필요하다면 지자체가 현장 상황을 파악해 발송을 요청해야 하는데 오늘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날 오후 1시 30분을 기점으로 사고 현장 수습은 끝났다고 밝혔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한 관계자는 "환경 오염사건이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가스 누출 경위를 확인하고 업무상 잘못이 있어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