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 출연해야 할 돈을 '은행 잡수익'으로 처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 지원에 사용해야 할 자기앞수표 장기 미청구 금액 9천억 원 이상을 자기 주머니에 채워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7천936억 원을 '잡수익'으로 처리했다.
지역 농협과 수협(총 1천376억 원)을 합치면 이 기간 금융회사들은 모두 9천312억 원의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를 자체수익으로 설정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2천37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4억 원으로 가장 적었다.
그러나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자기앞수표 미청구 금액은 '서민금융 지원에 관한 법률'상 '휴면예금'에 해당하며, 따라서 이 돈은 전액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서민금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휴면예금이란 채권 또는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을 가리킨다.
이 법에 따라 은행들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 휴면예금은 4천538억 원으로 자체수익 처리한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합산액(7천396억 원)의 61%에 불과하다.
게다가 은행권은 2012년 8월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서민금융진흥원 출연액을 2013년 3억 원, 2014년 2억 원, 2015년 2억 원 등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자기앞수표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예금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 해당하지 않는 휴면예금"이라면서 "그럼에도 은행들은 당연히 출연해야 할 미청구 금액을 수입으로 처리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은행은 금리가 없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 발행수수료 수익과 운용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도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 금액을 자체수익으로 처리하는 것은 법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무관심으로 서민금융에 지원할 수 있었던 연 2천억 원, 총 9천300억 원이 금융회사 주머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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